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 이지송식 뚝심경영


남을 평하기란 참 쉽지 않고 망설여지는 일이다. 속담에도 있듯이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몰라서다. 더구나 허물 없는 사람이 어디 있는가. 그런 처지에 다른 사람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얘기하는 게 가당치 않다. 그래서 남에 대한 평은 신중할 수밖에 없다. 자산 150조원, 연간 매출액 15조원의 슈퍼 공룡 공기업을 이끄는 이지송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 그는 누가 뭐래도 장사꾼이다. LH는 아무리 공기업이라 한들 정도의 차이가 있겠지만 수익을 내야 생존하는 기업의 속성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다. 그 수장도 임기 3년 동안 실적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민간 기업 최고경영자(CEO)와 별반 다르지 않다. 이런 연유로 인품과 인격의 잣대로 그를 평가하고 싶지 않다. 불도저 별명 가진 장사꾼 이 사장은 '한국건설 종가(宗家)'현대건설에서 한솥밥을 먹은 이명박(MB) 대통령과의 인연 때문에 취임 때부터 많은 구설에 시달렸다. 올해 71세인 그의 나이에도 곱지 않은 시선이 있었다. 그를 둘러싼 이런 지적들에 대해서도 비판하거나 두둔할 생각이 전혀 없다. 다만 이 사장의 뚝심경영을 주목한다. 여기에는 현장경영ㆍ감성경영이 녹아 있다. LH 초대 사장에 오른 그는 지난 2009년 10월 회사 출범 이후 조직안정, 재무구조 개선 등을 추진하면서도 자신의 철학과 원칙을 관철시켰다. 내부 직원이나 사업 지역 인근주민과 지방자치단체ㆍ정치권ㆍ정부 등 이해 관계자들의 부당한 요구에 흔들리지 않았다. 개혁은 뒷전으로 미뤄놓고 자리보전을 위해 노조에 휘둘리고 이해 관계자 눈치보기에 바쁜 이른바 낙하산 경영자들과 대조적이다. 뼈를 깎는 구조조정은 변화와 개혁의 핵심이다. 그러나 저항과 반발 등이 반드시 뒤따른다. LH에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 사장은 외환위기 여파로 파산 직전까지 간 현대건설을 재건하면서 쌓은 경험과 경륜으로 LH의 인력ㆍ사업 구조조정을 비교적 순조롭게 추진해왔다. 우선 전국 138개 신규사업지구(면적 195㎡, 사업비 143조원)를 대상으로 대대적인 사업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사업성이 없거나 사업추진이 어려운 미착수 사업은 과감히 도려내겠다는 것이었다. 당연히 정치권과 지자체의 반발이 거셌다. 하지만 '불도저'별명을 가진 그는 특유의 뚝심으로 밀고 나갔다. 이 과정에서 한달 넘게 매일 국회를 방문, 구조조정 대상 사업과 관련된 지역구 국회의원들의 사무실을 일일이 찾아 사업조정 협조를 부탁하며 읍소했다. 회사 앞에서 천막농성 중인 지역 주민을 설득하기 위해 한겨울 찬 공기를 맞으며 노숙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 결과 출범 이후 매년 20조원 이상씩 불어나 지난 6월 말 현재 125조에 달했던 공사 부채의 증가세는 2년 만에 꺾였다. 직원 인력조정에도 착수했다. 내년 말까지 전체 직원의 24.8%인 1,767명을 줄이기로 하고 이중 벌써 절반에 가까운 800여명을 희망 또는 명예퇴직 형식으로 내보냈다. 공직에 필요한 소통 노하우 '뼛속까지 건설인'으로 통하는 그는 어려울 때마다 '모래 밥'을 먹으며 중동건설 현장을 누빈 시절을 떠올린다. 또 '양복보다 점퍼가 편하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현장에서 문제의 답을 찾고 솔선수범하는 자세가 몸에 배였다는 얘기다. 스킨십ㆍ대화ㆍ설득 등 소통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도 숱한 현장경험에서 비롯됐다. 요즘 정치 풍자방송 '나는 꼼수다'가 장안의 화제이다. 이 프로그램은 권력자들이 현장이나 민심을 외면하고 책상머리에서 꼼수 또는 임시방편으로 상황을 모면하는 것에 대해 따끔하게 꼬집는다. 국민의 혈세를 축내면서도 국민의 분출하는 주장 또는 요구를 수렴하고 불평ㆍ불만을 어루만지기는커녕 뒷짐지고 권세만 누리거나 알량한 권력투쟁에 현안이 된 공직자들의 행태에 경종을 울린다. 정치ㆍ정책 불신이 이 프로그램에 대한 선풍적인 인기로 나타난 것이다. 정치권과 정부가 더 혹독한 대가를 치르지 않으려면 터무니없는 공직 우월의식을 버리는 게 급선무다. 그 시작은 공직자들이 한낱 장사치로 폄하하고 경시하는 기업 경영자들로부터 소통의 노하우를 배우는 것이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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