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정부 북한 제의 수용] 경제난 타개 의도… 美·中 정상회담 앞두고 대화모드 선회

■ 북 태도 돌변 속내는<br>이산 상봉 문제까지 거론… 국제사회에 유화 제스처<br>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 중 방문 관련 후속조치 분석

남북 경제협력의 상징인 개성공단이 가동중단 사태 발생 65일 만에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가고 있다. 중단된 지 5년이나 되는 금강산관광도 재개 가능성이 엿보이고 있다.

겉으로는 북한의 제의를 우리가 수용하는 모양새지만 정부가 개성공단 제품 반출 문제 논의를 위한 당국 간 실무회담을 제의해둔 만큼 북한이 우리 정부의 제안을 사실상 받아들인 것으로 볼 수 있다. 남과 북이 만나기로 한데다 예전에 비해 북한의 기조가 바뀐 것으로 관측돼 얼어붙은 남북관계의 물꼬를 틀 합의안을 도출할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김연철 인제대 교수는 "북한의 제의는 당국 간 대화를 정상화하고 남북관계를 풀겠다는 노선 전환으로 봐야 한다"면서 대화가 시작되면 금강산과 개성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북, 국제사회에 대화 모드 전환 신호 보내=북한의 이번 대화 제의는 지난 2008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고 5년간 경색된 남북관계를 전면적으로 풀어보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새 정부 들어 가동중단된 개성공단의 정상화뿐 아니라 금강산관광 재개, 이산가족 상봉 등 남북관계의 모든 현안을 대화 의제로 내세웠으며 7ㆍ4공동성명 발표 41주년을 기념하는 공동행사를 열자고 제안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2008년 7월 남측 관광객 박왕자씨 피격 사건으로 금강산관광이 중단된 뒤 남북관계가 계속 꼬여왔기 때문에 금강산관광 재개는 남북관계 복원의 상징적 의미가 있다.

이는 북한이 지난해 12월 장거리 로켓 발사와 올해 2월 3차 핵실험 등으로 긴장된 한반도 정세를 대화 국면으로 바꾸고 싶다는 신호를 국제사회에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일각에서는 북한의 입장이 유화적으로 돌변한 것은 최근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의 중국 방문과 연결 지어 생각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이번 대화 제의는 최 총정치국장이 지난달 22∼24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중국을 방문해 관련국과의 대화 의사를 표명한 데 따른 후속조치라는 설명이다.

북한은 최 총정치국장의 방중 이후 한반도 대화 국면을 향한 첫 번째 조치로 남한에 손을 내민 셈이다.


◇미중 정상회담 앞서 화해 분위기 조성 의도=북한은 미국과 평화협정을 체결해야 한다고 주장해왔지만 미국ㆍ중국 등은 '선(先) 남북관계 개선'을 꾸준히 강조하며 남북 간 대화를 압박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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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이번 대화 제의가 7~8일 이틀 동안 미국 캘리포니아주 란초미라지에서 열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첫 정상회담 직전이라는 점도 의미가 있다.

북한이 미중 정상회담 직전에 남북대화를 제의함으로써 시각적 효과를 극대화하고 전통의 맹방인 중국의 부담을 덜어주려는 의도가 다분히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미중 정상회담에서는 북핵 문제 등 한반도 정세가 주요 의제로 다뤄지고 중국은 북핵 6자회담 의장국으로서 미국과 협의를 거쳐 6자회담의 복원을 시도할 공산이 적지 않았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이 대화 국면으로 전환하려는 것은 주도권을 쥐면서 중국 측에 힘을 실어주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경제 문제 해결하려는 속내도 작용=심각한 북한의 경제난도 이번 대화 제의에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은 올해 협동농장과 공장ㆍ기업소의 자율권 확대를 비롯한 경제관리개선 조치를 추진해왔다. 또 원산을 세계적 휴양지로 만들겠다는 구상 속에 마식령 스키장 건설을 독려하고 지난달 29일 경제개발구법을 제정하는 등 경제특구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남한과 중국 등 국제사회와 협조하지 않으면 북한의 경제정책은 성과를 거두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특히 북한에서 유일하게 성공한 경제특구로 꼽히는 개성공단의 가동중단은 개성뿐만 아니라 다른 경제특구에 외국자본을 끌어들이는 데 큰 걸림돌이다.

따라서 김정은 정권이 개성공단 정상화와 금강산관광의 재개로 경제적 도움을 받으면서 새로운 경제정책의 성공에 유리한 외부적 여건을 만들려는 의도가 이번 대화 제의에 담긴 것으로 보인다.

조봉현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북한이 올해 새로운 경제정책을 본격 시행하고 경제특구 개발을 시작했는데 대북제재가 이어지고 남북관계가 경색된 상황에서는 경제특구 개발이 어려운 만큼 남북대화에 나선 것 같다"고 말했다.

이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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