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9월 10일] 세 마리 토끼 잡기

옛 속담에 ‘물 좋고 정자 좋은 곳이 없다’는 말처럼 세상 이치 또한 모두 그러한 것 같다. 사물의 한 면이 좋으면 또 다른 한 면은 좋지 않은 구석이 있는 법이다. 이런 연유로 물도 좋고 정자도 좋은 곳은 자연스레 모두가 바라는 명승지가 되게 마련이다. 한편 이와는 전혀 다른 맥락의 속담도 있다.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이룰 때 흔히 사용하는 속담으로 ‘도랑치고 가재잡고’ ‘누이 좋고 매부 좋고’ ‘꿩 먹고 알 먹고’ ‘일석이조’ 등 수많은 표현들이 있다. 경제현상도 이와 마찬가지다. 성장과 물가와 국제수지는 서로 어느 정도 트레이드-오프(trade-off)의 관계인지라 동시에 함께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라고 할 것이다. 한 목표를 달성하려고 하면 다른 목표는 어느 정도의 희생이 불가피하기 마련이다. 즉 도랑치면서 동시에 가재를 잡을 수는 없다는 말이다. 지난 1980년 전두환 정부가 들어서고 나서 경제가 정말 어려웠다. 그 당시 나라를 구했다 해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의 뛰어난 경제관료가 고 김재익 경제수석이었다. 전두환 전 대통령 스스로 ‘지금부터 당신이 경제 대통령이야’라고 할 정도로 경제에 관한한 모든 결정을 김 수석에게 맡겼다. 전권을 맡은 김 수석 또한 정직하고 청렴하고 소신 있는 뛰어난 능력의 소유자였다. 물가안정이라는 가장 기본이 되는 변수에 정책의 최우선을 두고 어떤 비난에도 굴하지 않고 묵묵히 경제정책을 집행해나감으로써 드디어 1980년대 중반 유례없는 경제호황을 이룰 수가 있었다. 물론 여기에는 당시 저유가, 저금리, 낮은 달러와 같은 3저(低)의 영향도 있었지만 여하튼 국내물가는 매우 안정된 가운데 높은 성장과 국제수지의 안정을 함께 달성했다. 이른바 세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은 것이다. 올봄 중앙공무원교육원(COTI)을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은 각종 교육시설과 자연환경이 뛰어난 점을 지적하면서 ‘이 좋은 시설을 주말에도 활용할 방도를 강구해보는 것이 어떻겠느냐’라고 지적했다. 토ㆍ일요일에도 교육원 시설을 활용해 생산성을 높여야 된다는 그야말로 최고경영자(CEO) 출신다운 당연한 발상이었으나 솔직히 처음에는 어리둥절했다. 대부분의 교육시설이 그렇듯 그동안 주말에는 으레 문을 닫는다는 오랜 관행으로 생각의 틀이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무작정 민간에게 개방할 수도 없어 결국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주말에도 시설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짜낼 수밖에 없었는데 해답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직원들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아이디어를 낸 것이 지금도 성황리에 추진되고 있는 ‘COTI 토요 영어교실’이다. 윈윈 정신을 살려 공무원 자신에게도 도움이 됨으로써 스스로 찾아오는 방안을 모색한 게 적중했다. 300명 가까운 중견 공직자들이 매주 토요일 영어와 중국어를 공부했으며 다음주부터 시작되는 하반기 교실에는 영어ㆍ중국어에 이어 일본어 교육도 추가로 실시될 예정이다. 그야말로 ‘꿩 먹고 알 먹고’가 이뤄진 셈이다. 비록 한숨 돌리기는 했지만 요즈음 환율과 국제수지, 나아가 각종 경기지표가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서로를 믿는 신뢰의 기반이 많이 훼손됐기 때문이다. 경제가 꼬일수록 기본으로 돌아가고 발상을 전환해보고, 모두에게 득이 되는 윈윈 방안이 무엇인지를 찾아보면 어렵게만 보이던 세 마리 토끼가 예상 외로 쉽게 잡힐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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