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범신(22세)씨는 얼마 전 여자친구와 심하게 다투고 난 후 직접 대면하기가 머쓱해졌다. 하지만 곰곰이 궁리한 끝에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생각해 냈다. 해결사는 바로 ‘동영상’이었다. 진씨는 자신이 만든 동영상을 그녀에게 보내 화해를 신청했다. 둘이서 함께 찍은 사진을 마치 움직이는 것처럼 편집했기 때문에 동영상이라 부르기에는 민망한 수준이었지만 여자친구가 좋아하는 노래를 배경음악(BGM)으로 깔아 놓으니 그런대로 운치가 있었다. 동영상 마지막에는 ‘미안하다’는 내용을 담은 사랑의 메시지도 자막으로 넣었다. 그는 “자신이 직접 동영상을 만들어 프로포즈하면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나만의 것이라는 생각이 진하게 든다”며 “이런 동영상은 저장하기도 쉽기 때문에 두고두고 색다른 추억이 될 것”이라 말했다. 고등학교 2학년인 김하나(18세)양은 지난 5월 ‘장윤정의 어머나 뮤직비디오’를 패러디한 동영상을 다모임 미니홈피에 올렸다. 이 동영상에는 친하게 지내는 학급 친구 10여명이 찬조 출연했다. 3시간 가량 고생한 끝에 만든 작품으로 여러 개의 NG 장면도 함께 담아 친구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김 양은 “처음이라 힘들었지만 선생님과 친구들이 ‘잘 만들었다’, ‘애썼다’며 칭찬해 주니까 내가 마치 진짜 감독이 된 기분”이라며 “재미난 아이템이 머리에 떠오르면 더 멋진 동영상을 만들어 보고싶다”고 말했다. 평소 합기도, 태권도 등의 운동을 좋아하는 박찬호(25세)씨는 자신의 훈련 과정을 촬영해 수시로 홈페이지에 올린다. 이제 스스로 촬영하고 사이트에 올리는 것이 하나의 취미로 자리잡았다. 박씨는 “동영상을 꼼꼼히 살펴보며 꾸준히 연습하면 잘못된 자세를 바로 잡을 수 있는 데다 다른 수련생들에게도 훈련 과정을 상세히 보여줄 수 있기 때문에 또 따른 즐거움을 준다”고 소개했다. 이제는 동영상을 통해 서로의 생각이나 느낌을 공유하는 시대다. 그저 남이 만든 동영상을 시청하는 수동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누구나 스스로를 동영상의 주인공이 되고 싶어 한다. 직접 제작한 동영상을 통해 자신만의 끼를 마음껏 발휘하는 게 주요한 취미활동으로 자리잡고 있다. 특히 동영상을 직접 만드는 네티즌들이 늘어나자 인터넷에는 동영상을 올릴 수 있는 공간도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추세다. 남다른 끼를 발휘하면 일약 ‘신데렐라’로 발돋움하기도 한다. 언제 어디서든 누구라도 인터넷 동영상에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의 ‘얼짱신드롬’처럼 한 번 관심을 끌 기 시작하면 인터넷을 통해 급속도로 동영상이 퍼져 나가는 탓에 엄청난 홍보효과를 얻을 수 있다. 그래서 이런 동영상을 음반기획사나 프로듀서 등에게 자신을 알리는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수요도 많다. 자신의 동영상을 널리 알리는 것은 생각만큼 그리 어렵지 않다. 동영상을 올리는 방법이 아주 간편하기 때문이다. 판도라TV, 다모임, 엠군, 노리터 등 사이트마다 약간의 정도 차이는 있지만 이들은 모두 멀티미디어 통합 관리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이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이미지, 동영상, 음악, 영화 등을 쉽게 편집하거나 관리할 수 있다. 따라서 네티즌들은 휴대폰이나 디지털카메라 등을 통해 촬영한 동영상을 멋들어지게 편집한 후 인터넷을 통해 널리 보급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