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미 프로, 멀리건 하나 치게.” 프로 위성미(17ㆍ나이키골프)가 아마추어 박삼구 한국프로골프협회장(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에게서 벌타 없이 다시 한번 치는 멀리건을 받으며 프로암 경기를 시작했다. SK텔레콤오픈 개막 전날인 3일 오전8시 대회장인 영종도 스카이72GC 하늘코스 1번홀에서 위성미의 첫 티샷이 오른쪽으로 밀려 벙커에 빠지자 박 회장이 다시 한번 칠 것을 권유한 것. 쑥스러운 듯 웃으며 다시 드라이버를 잡은 위성미는 특유의 호쾌한 장타로 화답했다. 다소 쌀쌀한 바람이 분 가운데 이날 프로암에 나선 위성미는 박 회장과 김신배 SK텔레콤 사장,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 등과 함께 플레이 했으며 전반 9홀에서 2언더파를 기록, “컷 통과는 물론 상위권 성적도 낼 수 있겠다”는 격려의 덕담을 듣기도 했다. 위성미는 전날 복통이 일어 컨디션이 좋지 않은 상황이었으나 샷 할 때마다 특유의 승부욕을 드러내며 냉정한 모습을 보였다. 박삼구 회장은 “프로암 파트너가 됐던 선수 중 가장 특이한 케이스”라며 동반 라운드 소회를 밝혔다. 박 회장은 핸디캡 5∼6 수준의 아마추어 고수로 그 동안 톰 왓슨(미국), 점보 오자키(일본), 파드리그 해링턴(아일랜드),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 등 최정상급 선수들과 동반 라운드를 한 경험이 있다. 박 회장이 가장 인상적이라고 밝힌 점은 위성미 선수의 승부근성. “지난 2004년 만났을 때 ‘3타를 접어주고 내기를 하자’고 제안했더니 거절하면서 ‘그렇게 하다가 지면 어떻게 하느냐. 지는 것은 죽어도 싫다’고 했다”는 일화를 소개하며 이날도 내기를 거절했다고 전했다. 또 어른에 대한 예의를 갖추려고 노력하는 모습도 기억에 남는다는 게 박 회장의 말. 이와 함께 위성미가 편하도록 영어로 말을 걸어도 언제나 답은 한국말로 했다고 전했다. 이날 코스를 따라다닌 매니지먼트 회사 직원들과 캐디에게는 영어로 말했지만 동반자들에게는 영어를 한 마디도 쓰지 않았다는 것. 박 회장은 선수로서의 위성미에 대해 “우선 체격이 참 좋다”며 “군살 없이 균형 잡힌 체격을 갖춰 골프선수로는 하늘이 내린 선물”이라고 평했다. 스윙도 힘이 넘치고 매끄럽게 보였고 임팩트에서 폴로스루까지 강력한 스프링처럼 느껴졌다고 했다. 다만 아직 어린 탓인지 지금까지 정상급 프로골퍼들과 라운드 했을 때와는 달리 ‘엔터테이너’의 면은 보이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라운드 중 대화를 이끌어 가며 동반자를 즐겁게 해주는 프로 선수의 자세는 보지 못했다는 의미다. 위성미는 파4의 17번홀에서 페어웨이우드로 티샷을 하면서 티 대신 잔디를 파내 살짝 올린 뒤 그 위에 볼을 올려놓고 쳐 눈길을 끌었다. 동반자들이 의아해 하자 위성미는 “페어웨이우드로 티샷을 할 때 티에 올려놓으면 백스핀이 많이 먹어 거리가 줄어든다”면서 최근부터 이렇게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대회 디펜딩 챔피언인 최경주(36ㆍ나이키골프)는 조정남 SK텔레콤 부회장, 신종인 MBC 부사장, 허진규 일진그룹 회장과 프로암을 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