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미국이 막대한 재정적자로 사상 초유의 디폴트 위기에 몰리자 미 의회는 재정적자 감축을 논의하기 위해 민주ㆍ공화 양당 위원 12명으로 구성된 '슈퍼 위원회'를 발족시켰다. 하지만 합의 마감시한인 오는 11월23일을 불과 3주 정도 앞두고 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당초 미 의회는 슈퍼 위원회를 구성해 향후 10년간 재정적자를 1조2,000억달러 줄이기로 했다.
경기 부진에 시달리는 미국 입장에서는 지금 필요한 조치가 단기 부양책과 중장기 재정적자 감축방안이다. 하지만 백악관은 지난 여름과 달리 정책을 밀어붙이지 못하고 있다. 공화당은 어떠한 증세에도 반대한다. 한때 재정적자 감축규모를 3조달러로 늘리자고 했던 민주당도 지출 감축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민주당도 물론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번 제안은 과거 민주ㆍ공화 양당 위원 6명으로 구성된 '갱 오브 식스'가 제시한 재정 감축 패키지보다 규모가 늘어났다.
그럼에도 공화당의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부자 증세가 포함됐다는 이유를 들어 민주당을 비난했다. 또다시 의회가 마비되고 미국 신용등급 강등 공포가 엄습하고 있다.
결국 공은 백악관으로 넘어왔다. 때때로 좋은 정책은 좋은 정치를 만든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의회가 정쟁을 일삼고 공화당이 비난 받는 것을 지켜보기보다는 세법을 간소화하고 정부 보조금을 삭감하는 계획을 제출해야 한다.
그는 세금을 올리는 대신 불필요한 보조금을 철회해야 한다. 매년 미국은 모기지 지원과 건강 보험사업에 1조2,000억달러에 달하는 혈세를 투입한다. 이 보조금의 10%만 줄여도 10년간 1조2,000억달러를 줄이겠다는 슈퍼 위원회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지출의 3분의1만 줄인다면 굳이 세금 인상조치를 단행하지 않아도 된다.
현재 상황으로 볼 때 23일까지 백악관이 특별한 발표를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의회에서 합의에 도달한다 하더라도 지출 감축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다. 이는 취약한 미국 경제에 독이 될 것이다. 슈퍼 위원회가 합의 도달에 실패하면 증세보다는 지출 감축안으로 급격히 여론이 쏠릴 것이다. 지출 감축은 2013년부터 실시되기 때문에 현 의회는 부담도 없다.
오바마는 잃을 것이 없다. 소극적으로 기다리기보다는 적극적으로 나서 적자 감축방안을 주도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