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과 마찬가지로 연금에도 성격이 있다. 주식은 변동성이 크지만 높은 수익을 낼 가능성이 크고 국채는 수익은 적지만 포트폴리오를 안정시켜준다. 부동산 자산은 주식과 국채의 중간 성격이다. 투자자들은 이런 자산 성격에 따라 포트폴리오를 적절하게 구성해 최적의 수익을 추구한다. 개별 자산의 성격을 알기 전에는 자산배분을 할 수 없다. 연금으로 노후를 대비할 때도 연금의 성격부터 먼저 알아야 한다.
통상적으로 우리가 말하는 국민연금·퇴직연금·개인연금은 연금의 성격에 따라 분류한 게 아니다. 연금의 성격은 소득 흐름이 갖는 특성을 말한다. 매월 100만원의 연금소득을 받는다고 할 때 이 소득 흐름을 죽을 때까지 받는 것인지, 물가와 연동해서 수령액이 증가하는 것인지, 수령자 사망시에 배우자에게 소득이 상속되는지, 소득 흐름이 시장 상황에 관계없이 일정한지, 목돈이 필요할 때 원하는 만큼의 소득을 찾을 수 있는지 등이 연금의 성격이다.
국민연금으로 100만원을 받는다고 가정해보자. 물가가 매년 3% 오른다면 20년 후에는 180만원을 받는다. 수급자가 사망하면 배우자에게 수령액의 40~60%까지 상속되기 때문에 소득 흐름의 40~60%가 유지된다. 다만 필요할 때 목돈으로 찾기는 어렵다.
민간 종신연금 역시 국민연금처럼 사망 전까지 수령할 수 있지만 대부분 물가에 연동되지 않는 정액형이다. 아울러 사망시 배우자에게 상속되지 않는다. 시간이 갈수록 소득 흐름의 실질가치가 하락하고 연금 지급이 배우자에게로 이어지지 않고 단절된다는 뜻이다. 또 연금이 지급되기 시작하면 해지하지 못하기 때문에 유동성이 없다.
주택연금은 민간 종신연금과 대체로 성격이 비슷하다. 하지만 수령자가 사망할 경우에도 연금이 배우자에게 전액 상속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국민연금, 민간 종신연금과 달리 연금 지급이 개시된 후에도 연금 총액에 대한 이자만 갚으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투자형 상품에 돈을 넣어두고 일정한 금액을 연금형태로 인출해서 쓰는 경우에는 인출금액 또는 인출기간은 변동할 수 있다. 주식자산이 편입돼 있다면 주가의 변동에 따라 인출금액이 많아지거나 적어질 수 있고 인출금액이 동일하다면 수령하는 기간이 더 길어지거나 짧아질 수 있다. 반면 주택연금은 언제든 필요한 만큼 돈을 인출할 수 있어 목돈이 필요할 때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연금으로 노후 소득 흐름을 만들기 위해서는 각 연금상품이 종신지급·물가연동·상속가능성·유동성이라는 네 가지 요소 중 어떤 성격을 가졌는지부터 파악해야 한다. 연금도 자산배분처럼 성격을 감안해 배분해야 보다 안정적인 노후를 기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