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키코 사건에 대한 법원 판결


지난해 11월29일 118개 키코 민사사건에 대한 법원의 판결이 있었는데, 99개의 원고 청구는 기각되고 과다하게 헤지된(오버헤지된) 19개의 사건에 대해서만 인용함으로써 은행 측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결과가 나왔다. 법원의 판결 내용을 살펴보면 금융공학을 전공한 학자로서는 물론 상식적으로도 납득이 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수백개의 수출중소기업의 사활이 걸려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파생상품의 흥망이 걸린 중대한 사건인 만큼 현재 진행중인 검찰의 키코 형사사건에 대한 수사에 기대를 걸어본다. 지면 관계상 법원 판결 내용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기는 어렵지만 몇 가지 핵심 사항을 언급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법원은 키코계약이 '부분적 환위험 헤징상품'으로서 기업의 선택에 의해 발생가능성이 낮은 위험을 인수했기 때문에 환헤징에 적합한 상품이었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만일 자신들이 인수하는 위험이 얼마나 큰 지를 기업들이 제대로 알았더라면 과연 환헤징을 위해 키코에 가입했을까. 해당 상품은 중소기업이 환헤징 목적으로 사용하기에는 부적절한, 오히려 기업에게 위험을 부담시키는 상품이었다. 둘째, 은행 측은 키코를 '제로 코스트'상품이라고 주장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키코에서 '제로 코스트'라는 의미는 기업이 매수하는 풋옵션과 기업이 매도하는 콜옵션의 가격이 같을 때를 의미한다. 그런데 실제 은행 측에 의해 계산된 콜옵션의 가격이 풋옵션의 가격의 평균 2.5배로 나타났기 때문에 은행은 가격 차이만큼 기업에게 지불해야 했으나, 각종 비용과 마진 등의 이유를 들어 지불하지 않고 오히려 제로 코스트라 부른 것은 눈 감고 아웅하는 식이랑 다를 게 없다. 또한 마진의 적정성에 대한 법원의 설명도 받아들이기 힘든 논리이다. 뉴욕타임즈는 지난 2009년 4월3일자 기사에서 키코사건이 1994년 뱅커스 트러스트와 깁슨 간 소송 그리고 뱅커스 트러스트와 프록터&갬블 간 소송과 유사하다고 지적하고, 해당 사건에서는 뱅커스 트러스트가 제로 코스트형 상품을 판매하면서 해당 파생상품을 기업들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파생상품 프리미엄에 은행의 이익을 숨긴 것으로 드러나 기업 측에 유리하게 결말이 났다고 했다. 우리의 키코 사건과 과연 무엇이 다른지 법원에게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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