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11월 13일] 균형 잃은 금융정책

“키코(KIKO)에 가입하면서 환차익을 노리고 지나치게 많은 물량을 헤지한 업체들도 많은데 요즘 사회 분위기로는 ‘이들에도 문제가 있다’고 말을 할 수 없는 형편입니다.” 금융위원회의 한 고위관계자는 최근 심각한 쏠림현상을 보이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이렇게 지적했다. 요즘 같은 때 키코에 오버헤지한 업체의 도덕적 해이를 이야기했다가는 욕먹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사실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 각종 지원 요구를 쏟아내는 상황도 무시할 수 없을 게다. 키코 손실 업체뿐 아니라 중소기업 대출과 보증기관의 보증비율 확대에 대해서도 훗날 은행과 보증기관의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은 찾아보기 힘들다. 물론 중기대출을 늘려 유동성 위기에 빠진 업체들을 구제해야 하고 보증비율을 높여서 은행이 대출을 더 할 수 있도록 독려해야 한다. 그럼에도 분명 짚고 넘어갈 것은 짚고 넘어가야 하고 미래에 대한 대비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실제로 키코의 경우 수출로 받을 대금액의 규모 이하로 헤지를 하면 원ㆍ달러 환율이 상승해도 손해를 보지 않는다. 환율이 올라 수출금액을 원화로 바꾸면 이익이 나기 때문이다. 현재 큰 손실을 입은 업체들은 오버헤지를 한 곳들이고 은행의 ‘꺾기’가 있었다고 해도 상당수는 환차익을 노린 곳이다. 은행의 외화유동성 문제를 초래한 외화대출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상대적으로 낮은 이자 때문에 불필요한 자금까지 외화대출을 이용한 업체도 수두룩하다. 또 마구잡이식 중기대출은 1년 후 더 큰 부메랑으로 돌아와 우리 경제를 옥죌 수도 있다. 보증기관도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에서의 보증 확대는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어려운 업체는 무조건 도와야 한다는 식의 생각은 분명 문제다. 나중에 문제가 될 수 있으니 적당히 하라는 얘기가 아니다. 어려운 경제상황을 극복해야 한다는 생각에만 치우쳐 다른 쪽은 보지 못하는 게 아닌가 걱정스럽다. 금융 및 경제정책을 수립할 때 적절한 균형감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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