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소비자 외면하는 환경호르몬 논쟁

최근 한 방송사가 환경호르몬 관련 프로그램을 방영한 후 플라스틱 용기 업체간 신경전이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되면서 법정분쟁으로까지 비화됐다. 사건의 발단은 해당 프로그램에서 폴리카보네이트(PC) 소재의 플라스틱 용기를 전자레인지에 데우면 ‘비스페놀A’라는 환경호르몬이 나와 남성의 여성화, 성조숙증 등 희귀 질환을 유발한다는 내용을 방영하면서부터다. 이후 주방용 밀폐용기 ‘바이오킵스’를 생산하는 코멕스는 지난달 19일부터 PC 재질이 쓰인 하나코비 ‘락앤락’의 안전성이 의심된다는 내용의 광고를 내보냈다. 하나코비는 이에 반발 “락앤락의 PC 용기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식품용기 적합 검사를 통과한 안전한 제품”이라며 2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사실 환경호르몬과 플라스틱간의 관계는 아직 명확히 규명되지는 못했다. 미국ㆍ유럽ㆍ일본 등이 그동안 국가 역점사업으로 환경호르몬 관련 연구를 계속해왔지만 여태까지 물질 분류조차 통일시키지 못한 상태다. 플라스틱의 유해성에 대한 전문가들의 시각도 엇갈리기는 마찬가지다. 이병무 성균관대 교수는 “지난 2000년 푸에르토리코에서 플라스틱에서 나오는 환경호르몬이 사춘기 여성의 성조숙증을 유발한다는 사실이 입증된 적이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한 식약청 관계자는 “플라스틱에서 나오는 비스페놀A는 몸 밖으로 곧 배출돼 인체에 그다지 유해하지 않다”고 단언한다. 하지만 ‘참살이’를 바라는 소비자들의 선택은 단호하다. 최근 한 대형 마트에서는 플라스틱 밀폐용기의 판매량이 30% 이상 급감했다. 일부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플라스틱 제품의 매출이 떨어지자 아예 환경호르몬이 배출되지 않는 제품과 일반 제품으로 코너를 구분하고 있다. 상황이 이쯤 되면 ‘어부지리(漁父之利)’를 노려 제 살 깎기식 경쟁을 자초하는 코멕스나, ‘검사필’만을 주장하며 ‘아전인수(我田引水)’식 대응을 펼치는 하나코비 모두 소비자들의 요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유해물질의 홍수 속에 살고 있는 소비자들에게 ‘그린(Green)경영’을 실천하지 않는 기업은 신뢰를 얻기 힘들다. 이럴 때일수록 플라스틱 관련 업체는 상호 비방보다는 공동 노력을 통해 친환경 소재를 개발하는 데 힘써야 한다. 그래야만 소비자들의 신뢰를 다시 회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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