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7월 31일] 서브프라임사태 1년이 남긴것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부실로 발생한 신용위기 공포가 전세계를 휩쓸기 시작한 지 어느덧 1년이 지났다. 지난 1년 동안 남겨진 것은 주식시장 폭락과 경기침체, 그리고 고통이 더 길어질 수 있다는 잿빛 전망뿐이다. 다만 금융시장이 합리적이라는 가설이 이제는 통하지 않는다는 것과 위험관리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으면 엄청난 재앙이 되풀이 될 수 있음을 깨닫게 된 것이 이번 사태를 통해 얻은 교훈이라면 교훈이다. 1990년대 말 외환위기 당시 아시아 금융기관들을 혹독히 질타했던 미국이 이 같은 재앙에 속수무책 당한 것도 돌이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금융리스크 관리를 소홀히 한 대가는 예상보다 훨씬 크다. 특히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넘치는 자금이 더 많은 투자효과를 노리고 파생시장에 집중되는 추세를 감안하면 국내 금융시장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생각이 앞선다. 이미 국내 시중은행들은 주택관련대출 자산을 기초로 주택담보부증권(MBS) 발행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해외기관을 대상으로 한 발행이 대부분이지만 국내 신용파생상품시장의 성장속도를 고려해보면 국내에서도 대출채권을 유동화해 자금을 조달하려는 움직임이 거세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아직 국내 신용파생상품 발행시장 규모가 미미하다. 하지만 일단 터지면 위험분산 효과는 사라지고 위험부담이 오히려 가중되는 게 신용파생시장의 속성인 점을 생각하면 걷잡을 수 없는 연쇄부실의 공포감을 쉽게 떨칠 수가 없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MBS 규모는 전체 MBS 발행액의 10%대에 불과했지만 금융회사들의 리스크에 대한 정보 부족과 금융감독 소홀이 빚어낸 결과는 상상 이상이었다. 우리와 미국의 주택대출시장이 근본적으로 다른 점을 위안거리로 삼을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 극심한 경기침체와 집값하락ㆍ금리상승 등 악조건을 떠올리면 공연한 걱정이라고 치부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 1년 세계경제의 ‘공적(公敵)’이 된 미국을 타산지석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파생금융상품시장에 참여하는 금융기관의 위험관리 능력을 검증하고 위험관리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급선무다. 과도한 금융규제는 완화해야 하지만 금융위기를 피하기 위한 위험관리와 감독은 강화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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