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환율 상승세 계속될 것인가

최근 국내 외환시장은 올 상반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원ㆍ달러 환율이 더 이상 떨어지지 않고 960원선으로 오르고 있는데다, 상반기 동안 지속되던 원화의 나홀로 강세도 중단됐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났을까. 그동안 국내 외환시장의 달러화 공급 우위 기조가 크게 약화됐기 때문이다. 국내 상반기 경상수지가 2억7,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외환위기 발생 직전인 지난 97년 상반기 이후 1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자본수지 여건도 크게 악화됐다. 국내 증시에서의 외국인의 주식 순매도가 지속되고 있다. 5월 이후 8월25일까지 순매도 누적 규모가 10조원을 넘어섰다. 美 금리인하·달러貨 약세 예상 또한 최근 국내 기업을 매각한 론스타ㆍ월마트ㆍ까르푸가 본국으로 송금하려는 자금도 약 90억달러에 육박한다. 국내 외환시장에서 하루 거래되는 현물환 규모가 135억달러임을 고려하면 이들 규모가 적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그러면 향후에도 원ㆍ달러 환율 상승세가 지속될까. 결론적으로 단기간은 가능하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빠르면 올 4ㆍ4분기부터 원ㆍ달러 환율 상승세가 꺾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렇게 보는 이유는 첫째, 글로벌 달러화 약세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동안 글로벌 달러화 강세 요인으로 작용하던 미국의 상대적 고금리 이점이 향후에는 약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8월8일 미국 연방준비은행(FRB)은 2년 이상 지속하던 금리 인상을 중단했다. 내년에는 금리 인하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반면 뒤늦게 금리를 올리기 시작한 일본ㆍ유럽은 금리 인상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국제 자본의 미국 유입 강도는 과거에 비해 약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둘째,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 위안화 절상 이슈가 부각될 전망이다. 최근 미국 의회 내 중국에 대해 고율의 보복관세를 부과하는 법안을 표결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오는 11월7일 미국 중간선거를 전후로해 더욱 고조될 전망이다. 한편에서는 미국 경제의 대외 불균형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는 가운데 새로운 플라자 합의 필요성이 본격적으로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 주 대상국이 미국과 불편한 관계에 있고, 금융시스템이 낙후한 중국이라는 점 등으로 새로운 플라자 합의는 조기에 타결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제2의 플라자 합의 필요성이 제기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달러화 가치의 취약성이 고조되며 달러화는 약세를 벗어나기 힘들 것이다. 향후 글로벌 달러화 약세의 진행에도 불구하고 원ㆍ달러 환율은 크게 하락하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달러화 공급 우위 기조가 약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원ㆍ달러 환율이 글로벌 달러화 약세의 흐름을 거슬러 상승 추세를 이어가기는 힘들 것으로 본다. 국내 수출 신장세가 여전히 견고한데다 최근 환율 상승세를 주도했던 론스타ㆍ월마트ㆍ까르푸의 본국 송금 수요도 외환시장에 미치는 효과는 3ㆍ4분기에 마무리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편 원ㆍ엔, 원ㆍ유로 환율은 하락보다 오히려 상승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 동안 원ㆍ달러 환율이 엔ㆍ달러 및 위안ㆍ달러 환율에 비해 과도하게 하락해 향후 글로벌 달러화 약세는 원화보다 엔화ㆍ위안화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빠르면 4분기부터 꺾일 가능성 결과적으로 원ㆍ달러 환율의 하락 추세가 끝났다고 아직 단정하기 힘들다. 따라서 원화 강세 기조를 상정하고 마련한 기존의 전략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도리어 최근 환율 상승세를 향후의 하락세에 대비하는 기회로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편 엔화와 유로화 대비 원화 강세는 중단되거나 약세 기조로 반전될 가능성이 높아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특히 그동안 원ㆍ엔 환율 하락과 일본의 초저금리를 믿고 빌렸던 엔화 차입에 대한 리스크가 커지고 있어 이에 대한 특별한 관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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