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목조 문화재들이 화재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목재 문화재들은 훼손을 우려해 일반 건물과 같은 적극적인 진화가 어렵기 때문에 화재 발생을 예방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국내 문화재 소방설비 설치 실태는 한심스럽기만 하다.
11일 관계 당국 등에 따르면 목조 문화재가 많은 일본의 경우 건물 외곽 지하에 저수 공간을 설치해 화재에 대비하고 있고 문화재 내부에 방화가스 분출장치를 갖추고 있다. 반면 경북 경주시의 목조 문화재 197개소 500여채 가운데 스프링클러가 설치된 곳은 한 곳도 없다. 화재감지기가 설치된 문화재는 불국사 등 3곳, 옥외 소화전이 설치된 문화재는 불국사ㆍ석굴암ㆍ옥산서원ㆍ양동민속마을 등 5곳에 불과하다. 그나마 경주시가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는 양동민속마을 주택에 지난달 18일 불이 났을 때 소화전은 작동하지 않았다.
강원도 내 사찰 및 목조 문화재 611곳 가운데 옥외 소화전, 자동 화재탐지설비 등 소화ㆍ경보설비가 설치된 곳도 16%(98곳)에 불과하다. 김준혁 학예연구사는 “숭례문 화재를 계기로 우리 목조 문화재에도 일본처럼 선진 소방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화재의 원형을 보존해야 한다는 원칙과 규정 미비도 일반 건물보다도 취약한 방재 관리를 초래하는 이유 중 하나다. 문화재보호법은 문화재에 소방시설을 갖추도록 하고 있지만 강제 규정이 아니며 문화재청은 올해 시행령 마련을 위한 용역을 발주할 예정이다.
이미 여러 차례 화마를 겪은 세계문화유산인 경기도 수원 화성(華城)의 서장대는 화재가 발생한 지 2년이 다 되도록 폐회로TV(CCTV)와 무인경비시스템 공사가 끝나지 않았다. 문화재 훼손 없이 공사하기 위한 현상 변경 허가절차와 공사가 까다로워 시간이 오래 걸렸다는 게 수원시의 설명이다.
목조 문화재에 대한 소방 작업 매뉴얼이 엉성하고 소방관들의 훈련ㆍ교육이 부족한 것도 문제다. 2006년 서장대 화재 때는 고압 소방수로 과잉 진화, 피해를 키웠으며 이번 숭례문 화재 때는 소극적인 진화 작업으로 화를 키웠다.
국보18호인 부석사 무량수전 등 목조 문화재가 산재한 경북 영주시의 한 관계자는 “부석사ㆍ소수서원 등 문화재가 많은 명승지를 대상으로 돌아가면서 1년에 한번 정도 소방훈련을 하다 보니 무량수전ㆍ조사당 등 국보급 목조 문화재가 자리 잡은 부석사는 2~3년에 한번 정도 소방훈련ㆍ교육이 실시돼 실효성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