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한국형 클러스터가 희망이다] <1> 클러스터는 생존의 문제

일자리 창출-수출 증대-국토 균형발전 등 이점많아<br>"제조업 공동화 대안" 美·日등 일찍부터 클러스터化<br>선진국 성공모델 모방보다 지역특성 고려 구축해야


핀란드 북서부에 위치한 ‘울루 테크노파크’. 지난 90년대 초반 핀란드 정부가 산업육성의 핵심정책으로 클러스터화를 추진하면서 인구 12만명에 불과했던 지방의 작은 도시가 지금은 노키아 등 글로벌 IT기업 250여개가 입주한 세계적인 IT 클러스터로 성장했다. 핀란드 국내총생산(GDP)의 4%와 국가 수출액 20%를 차지할 만큼 핀란드 경제의 핵심거점으로 거듭났다. 이러한 성공 배경에는 지역 전체가 하나의 인큐베이팅 회사이자 거대한 복합 기업체로, 대학과 연구기관ㆍ대기업ㆍ중소기업ㆍ벤처기업 등이 정보와 인력을 자유롭게 공유할 수 있는 유기적인 산학협동체계를 구축한 데 있다. 핀란드 경우처럼 선진국들이 앞다퉈 추진해온 산업 클러스터화가 각국의 신경제 성장동력으로 평가받고 있다.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산업육성의 핵심정책으로서 그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미국ㆍ일본 등 선진국이 일찍부터 산업 클러스터화에 치중했던 주요인 가운데 하나는 제조업공동화 현상에 대한 대안을 찾기 위한 것이었고 그 결과는 ‘성공’으로 평가받고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우리나라도 90년대부터 기업 확장이나 증설 등으로 해외이전이 본격화되면서 제조업공동화 문제가 불거졌고 그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혁신 클러스터 구축이 우리 경제에 더욱 절실한 것은 이 같은 까닭이다. 성시현 산업자원부 지역산업팀장은 이와 관련, “미국의 실리콘밸리 등 해외 성공모델을 무조건 도입하기보다 기존 산업단지의 역할과 지리적 특성을 고려해 한국형 클러스터 모델 구축에 주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차세대 성장동력 ‘클러스터’ 부각=클러스터가 국가경쟁력 확보와 국가 균형발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는 성장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수출증대와 고용창출, 지역 개발 등 산업육성의 핵심정책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클러스터 사업의 활성화를 통해 2003년 기준으로 7개 시범단지에서 이룬 670억달러의 수출규모를 오는 2013년까지 1,940억달러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시화공단에 위치한 대주전자재료. 25년째 전자재료 분야를 생산한 이 회사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밀려드는 주문을 소화하지 못할 만큼 일감이 넘치고 있다. 클러스터 혁신과제로 선정돼 사업에 참여하면서 회사 브랜드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 회사 임무현 회장은 “최근 확산되고 있는 클러스터 열기에 발맞춰 산학연 15개 기관과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한 뒤 생산기술과 시험설비 등 기술 개발사업에 참여하면서 주문물량이 30% 이상 대폭 늘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수도권의 대표적인 공단으로 꼽히는 반월시화단지가 클러스터 정책에 힘입어 과거 단순한 공업단지에서 ‘성장엔진의 집합지’로 변모하고 있다. 정인화 산업단지공단 클러스터추진팀장은 “반월시화단지의 경우 2013년 매출 1,000억원 이상의 기업을 150개 정도 육성한다는 목표를 설정할 만큼 클러스터 정책은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 특성 고려한 ‘한국형 클러스터’ 구축해야=혁신 클러스터가 성공적으로 추진되기 위해 세계 각국의 성공모델을 무조건 모방하기보다 기존 산업단지의 지역 특성과 입주여건ㆍ입주기업 등을 고려해 한국형 클러스터로 구축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박삼옥 산업클러스터학회 회장은 “세계 산업의 패러다임은 지역별 특성이 반영된 기업군을 토대로 하는 클러스터화가 추세”라고 말했다. 서울에서 2시간 정도의 거리에 위치한 원주 의료기기단지. 원주는 클러스터 시범단지 중 크기가 제일 작지만 가장 차별화된 한국형 클러스터로 꼽힌다. 참여업체 수가 60여개에 불과해 반월시화(6,000여개)에 비해 100분의1 수준이다. 하지만 생산효과 측면에서는 최고의 실적을 자랑한다. 수출이 지난해 2,600만달러에서 올해는 8,200만달러로 세 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단지에서 환자감시장치를 만드는 메디아나는 원주 클러스터의 스타 기업이다. 창업 10년 만에 지난해 수출 1,000만달러를 달성했다. 이는 지난해 매출 125억원 중 9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더 유명하다. 이 회사 길문종 사장은 “제품 개발과 상품화 과정에서 반드시 클러스터의 산학연 네트워크를 활용한다”며 “올해는 이라크 의료설비지원 사업을 따내면서 매출 300억원을 내다보게 됐다”고 귀띔했다. 양현봉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7개 클러스터 시범단지 대부분이 기존 단지의 입주업체 특성만 고려해 평범하게 추진되는 형편”이지만 “원주 클러스터는 지역 특성을 고려한 가장 한국적 클러스터 모델로 성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 해외 성공 클러스터
핀란드 '울루 테크노파크' GDP 4%·수출 20% 차지
세계는 지금 보이지 않는 클러스터 전쟁을 치열하게 전개하고 있다. 클러스터가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신경제 성장동력 모델로 인식되면서 미국ㆍ일본 등 주요 국가들이 여기에 엄청난 투자와 지원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갈수록 심각해지는 제조업공동화를 방지하고 새로운 일자리 창출과 산업경쟁력 제고를 위해 산업육성의 핵심정책으로 '클러스터화' 추진이 필요하다는 데 각국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실리콘밸리=캘리포니아주 북부 태평양 연안의 샌프란시스코와 새너제이 사이 약 2억5,000만평에 250만의 인구가 생활하는 실리콘밸리. 벤처기업의 요람으로 불리는 곳이다. 첨단기업과 스탠퍼드 등 대학이 한데 모인 곳으로 미국의 500대 기업 중 130여개와 7,000여개의 벤처기업이 자리잡고 있다. 특히 135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되는 미국 전체 경제성장의 심장부로 인식되는 곳이다. 한해 생산효과는 3,500억달러 규모로 지난해 말 기준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인 7,875억달러의 절반에 이른다. ◇일본 도요타 클러스터=일본 자동차산업을 세계 제일의 수준으로 끌어올린 제1의 주역. 아이치현 도요타시에 본사를 둔 도요타자동차는 한해 매출과 순이익이 각각 1,000억달러, 40억달러에 달한다. 자동차 관련 공장만 무려 416개, 종업원은 7만3,117명에 이른다. 현재 45개 대학과 30개 연구기관, 9개 연구교류시설, 8개 기술지원단 등 다수 지원기관을 비롯해 완성차 공장과 연구소 부품업체들이 인접해 자동차에 관한 모든 정보와 지식교류가 쉽게 이뤄지고 있다. ◇스웨덴 시스타 클러스터=에릭슨의 도시로 유명한 스웨덴 시스타시. 전체 인구 3만5,000명 중 2만7,000여명이 IT 관련 기업에 종사하고 있다. 공항까지 20㎞, 고속도로 인접 등 다양한 대중 교통시설을 갖춰 최고의 접근성을 갖추고 있다. 또 인근에 최고 명문대인 스톡홀름대학과 스웨덴 왕립공대가 위치해 우수인력 유치가 쉬워 IT 관련 대기업 확보 기반이 충분하다. ◇핀란드 울루 클러스터=핀란드 북서부에 위치한 '울루 테크노파크'. 인구 12만에 불과한 지방의 작은 도시지만 글로벌 IT기업 250여개가 입주한 세계적인 IT 클러스터로 성장했다. 핀란드 GDP의 4%와 국가 수출액의 20%를 차지할 만큼 국가경제의 핵심거점으로 거듭나고 있다. 북유럽 최초의 사이언스파크로 노키아 이동전화연구소 등 200여개의 기업과 연구기관에 1만1,500여명이 근무하고 있으며 지역 전체가 하나의 인큐베이팅 회사이자 거대한 복합 기업체 형태를 보이고 있다. ◇독일 투트링겐 클러스터=독일 남부 스위스 국경 부근에서 2만7,000명의 인구가 생활하는 소도시 투트링겐. 과거 철강산업이 발달했으나 현재는 400여개 이상의 외과용 의료기기회사가 집적돼 있다. 주변 여건상 도시 규모가 워낙 작고 대학과 대규모 병원이 없어 지방정부인 투트링겐시가 주도가 돼 주변도시인 투비겐 등과 연계성을 꾀하면서 의료기기산업의 대폭적인 활성화가 진행됐다. /이현호기자 hhle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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