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불황엔 네거티브 마케팅?

남양-동서 커피믹스 싸움 이어<br>롯데칠성 '처음처럼' 비방전 등<br>식품시장 경쟁업체 공세 기승<br>"소비자 알권리 충족은 긍정적"


경기불황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있는 가운데 식음료 시장에서는 '네거티브 마케팅'이기승을 부리고 있다. 소비 부진으로 시장 규모가 축소될 우려가 높아지면서 기업들이 경쟁사를 깎아내리거나 자사 제품의 안전성을 부각시키면서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는 시도가 잇따르고 있는 것. 이는 생필품을 주로 취급하는 대형마트의 올 2월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6.4%나 줄어드는 등 체감경기가 악화되고 있는 상황과도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커피믹스에 포함되는 '카제인' 성분을 둘러싼 남양유업과 동서식품의 진흙탕 싸움은 점입가경이다. 남양유업은 지난 15일 보도자료를 배포해 동서식품의 '맥심화이트골드'에 카제인 성분이 포함돼 있는 점을 문제삼고 나선 데 이어 20일에는 일간지 광고로 힘을 실었다. 남양은 광고에서 "동서식품이 프림에 우유를 넣었다는 '맥심 화이트골드'에 여전히 카제인 첨가물을 넣으면서 더 비싸게 팔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동서식품 관계자는 "남양유업의 광고는 100% 비방광고"라며 "공정위에 제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혀 법정 다툼으로 비화될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롯데칠성음료의 소주 제품 '처음처럼'도 유해성을 주장하는 네거티브 마케팅으로 곤욕을 치렀다. 이달 초 한 케이블방송을 통해 처음처럼의 주재료인 알칼리환원수가 인체에 유해하다는 주장이 불거지자 롯데칠성음료는 일간지 광고와 보도자료를 통해 악의적 루머에 정면 돌파하고 나섰다. 그러나 20일에는 출산장려 시민단체인 '부부핵교'가 처음처럼 소주로 인해 알칼리환원수의 안전 여부에 대한 논란이 불거진 상황에서 "환경부나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임산부에게 알칼리환원수가 안전한 지를 알려달라"고 촉구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부산 지역에서도 대선주조가 무학의 '좋은데이' 소주에서 이물질이 검출됐다며 무학을 비방하는 전단지를 살포하는 등 네거티브 마케팅을 벌였다. 무학의 부산 지역 소주점유율이 높아지자 위기감을 느낀 대선주조가 상대방을 깎아내리는 전략을 폈다는 게 업계의 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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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네거티브 마케팅이 난무하는 원인으로 시장의 과열경쟁을 꼽는다. 이문규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커피시장에서 원두커피 등 다양한 신제품이 등장하며 기존 커피믹스 시장의 점유율을 잠식하고 있다"며 "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 기업들이 제한된 시장을 두고 더욱 치열하게 경쟁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식음료업계의 네거티브 마케팅에는 안전성 문제가 중심에 자리잡고 있다. 웰빙 트렌드로 건강과 식품안전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높아지다 보니 자사 제품의 안전성 우위를 부각시키기 위해 무리한 마케팅에 나선다는 것. 남양유업이 동서식품을 공격하는 핵심 논리는 '동서식품 제품은 몸에 해로운 성분을 포함하고 있는 반면 남양 제품은 그렇지 않다'로 요약된다. 롯데칠성음료의 처음처럼 논란 역시 '알칼리환원수가 인체에 유해한지'에 대한 의혹이 바탕에 깔려 있다.

하지만 네거티브 마케팅에 따른 안전성 논란이 소비자들에게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김재욱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업들이 경쟁 기업이나 상품에 대해 제기하는 주장이 사실이라면 소비자들이 당연히 알아야 하는 정보라고 볼 수 있다"며 "최근 벌어지고 있는 안전성 논란은 소비자들의 알 권리 충족에 도움을 주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박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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