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9월 9일] 가계 소비여력 옥죄는 눈덩이 교육비

상반기 가계의 교육비 지출이 사상 최고를 기록한 것은 우리 교육의 문제점과 경제난의 원인을 우회적으로 보여주는 통계라 할 수 있다. 한국은행의 상반기 국민소득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정의 교육비 지출액은 15조33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1% 늘어났다. 증가율은 지난 2003년 이후 5년 만에 가장 큰 폭이며 교육비가 가계의 전체 소비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6.2%로 사상 최고 수준이다. 교육비 지출액 증가에는 긍정적 측면도 있다. 고물가와 극심한 불황에서도 가계가 교육비를 줄이기는커녕 크게 늘렸다는 것은 교육열이 그만큼 높다는 것을 말해준다. 교육열은 지금의 우리나라를 있게 한 성장과 발전의 원동력 중 하나였다. 교육비 증가를 인재양성을 위한 투자로 볼 수도 있다. 교육은 사회적 계층 이동의 유효한 수단이기도 하다. 그러나 교육비의 지출형태와 교육비 증가의 반작용을 감안하면 부정적 측면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교육비 지출 증가는 사교육비 급증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이는 우리 공교육이 제대로 역할을 못하고 있으며 대학입시제도 등에 큰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나 다름없다. 학교 교육에 경쟁력이 없고 그것만으로는 대학에 가기 어렵다고 보기 때문에 너도나도 사교육으로 몰려들고 있는 것이다. 사교육시장의 급팽창은 교육 전문업체들의 대거 증시 상장 및 시가총액 규모, 외국자본의 잇따른 투자유치 성공 등에서 생생하게 뒷받침된다. 현재 상장된 교육업체는 10여개에 이르며 시가총액이 1조3,000억원을 넘어 코스닥 기업 4위에 랭크된 업체를 비롯해 대부분 수천억원 수준에 이른다. 경제난으로 서민ㆍ중산층의 살림살이는 점점 더 팍팍해지는 실정이다. 그런데도 교육비가 늘어났다면 가계가 다른 씀씀이를 줄이고 있는 것이다. 소비여력 감소는 내수부진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결국 작금의 경제난에는 교육비 지출 증가도 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교육비 지출 증가의 부작용이 이렇듯 큰 만큼 이를 생산적인 구조로 바꾸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공교육 정상화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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