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연장으로 청년 고용절벽이 우려돼 임금피크제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노동계는 정년 보장마저 ‘그림의 떡’인 상황에서 임금피크제가 웬 말이냐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25일 고용노동부와 노동계에 따르면 한국노동연구원은 이달 28일 서울 여의도 CCMM빌딩에서 ‘임금체계 개편과 취업규칙 변경’을 주제로 공청회를 연다.
정부, 학계, 경영계, 노동계를 모두 초청한 이날 공청회에서는 임금피크제 도입의 최대 걸림돌이라고 할 수 있는 취업규칙 변경 요건이 본격적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취업규칙은 채용, 인사, 해고 등과 관련된 사규를 말한다. 근로자에게 불이익을 줄 수 있다고 간주되는 취업규칙 변경은 노조나 근로자 과반수 대표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이는 임금피크제가 근로자에게 불이익이라고 간주해 노조가 반대하면 도입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60세로 정년을 연장한 기업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면 통상 55세부터 임금을 깎기 시작한다.
다만, 취업규칙 변경을 노조가 동의하지 않더라도 사회 통념에 비춰 그 변경의 합리성이 있으면 예외적으로 유효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있다.
정부는 이 판결을 적극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임금피크제가 근로자에게 불이익이 되지 않으며 사회 통념에 비춰봐도 합리성이 있다는 가이드라인을 제시, 사측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이달 7일 발표한 공공기관 임금피크제 의무도입, 13일 내놓은 임금피크제 도입 기업 재정지원안에 이어 민간 부문 임금피크제의 전면적인 확산을 위한 적극적인 조치로 읽힌다.
정부는 내년부터 모든 공공기관에 임금피크제를 도입, 아낀 재원으로 2년간 청년 일자리 6천700개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기업이 청년을 고용하면 한 쌍(임금피크+청년고용)당 최대 월 90만원을 지원하겠다는 안도 내놓았다.
이기권 고용부 장관은 “취업규칙 변경이 노사 모두에 이익이 된다면, 일부 내용을 가지고 갈등을 일으킬 것이 아니라 사회 통념에 비춰 종합적이고 균형 있게 그 기준을 정립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노동계는 당장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대규모 희망퇴직 등으로 현행 58세 정년마저 누리는 노동자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임금피크제마저 도입하면, 노동자는 임금 삭감의 고통만 겪게 될 것이라는 것이 노동계의 주장이다.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본부장은 “60세 정년연장을 얘기하지만, 대부분 50세 안팎에 퇴직해 저임금 일자리를 전전하는 것이 노동자들의 현실”이라며 “그나마 직장에 남은 노동자들의 임금마저 깎게 될 임금피크제는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잘라말했다.
민주노총 등 노동계는 28일 공청회에 불참하는 것은 물론 공청회를 원천 봉쇄해 개최 자체를 무산시키겠다는 방침이다.
나아가 정부가 취업규칙 변경 등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강행할 경우 다음 달부터 강력한 대정부 투쟁을 벌이기로 했다.
한국노총은 다음 달 총파업 찬반투표를 해 7월 초 총파업을 벌일 예정이다. 민주노총도 6월 말이나 7월 초 대규모 총파업집회를 하기로 했다. 두 노총의 연대 투쟁도 본격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정부가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 지명을 계기로 노동시장 구조개악을 다시 강력하게 추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가 노동계의 반발에도 일방적인 정책을 밀어붙이려고 한다면 거센 반대 투쟁을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