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해 14일 진행된 제7차 남북 당국 간 실무회담은 어느 때보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는 평가다. 남북 양측은 사실상 마지막 회담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부담 때문인지 협상안 도출을 위해 어느 때보다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이날 회담은 악수도 하지 않고 시작된 이전 회담들과 달리 시작부터 덕담이 오가는 등 좋은 분위기에서 시작됐다.
북측 수석대표인 박철수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부총국장은 이날 오전 우리 측 수석대표인 김기웅 통일부 남북협력지구지원단장을 만나 "꼭 20일 만에 만났는데 날씨도 많이 변하고 분위기도 많이 변했다고 생각한다"며 말을 건넸다. 김 단장은 이에 "지난 여섯 차례 회담 이후 오늘 일곱 번째 이렇게 마주 앉는다는 것 자체가 우리 남북 대표들이 다뤄야 할 문제가 그리 쉽지 않은 문제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며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말이 있듯이 우리 남북 대표들이 개성공단을 발전적으로 정상화하겠다는 마음, 한마음 한뜻으로 노력을 해나간다면 어떤 문제 및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화답했다.
박 단장은 "김 단장이나 나나 다같이 공업지구를 놓고 품앗이를 하는데 날씨도 좋고 서로 김을 잘 매면 참 좋은 작황이 나올 것 같다"며 "그런 의미에서 우린 충분히 우리가 대화할 김을 다 맸다고 생각하며 남측이 적극적으로 토의에 나온다면 내일 8월15일을 앞두고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화기애애한 덕담으로 시작한 전체회의 분위기와 달리 이후 시작된 수석대표 간 접촉에서는 양측 다 심각한 표정으로 협상에 임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후2시께 시작할 예정이었던 수석대표 간 2차 접촉은 협상안 문구에 대한 이견으로 예정보다 2시간가량 늦게 시작되는 등 기싸움도 여전했다는 평가다.
특히 우리 정부가 경협보험급 지급을 시작하는 등 개성공단과 관련한 '중대조치'에 시동을 건 후 벌어진 첫 회담인 탓인지 북측 인사들의 부담이 상당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회담 초 미소를 지으며 여유 있는 모습을 보인 우리 측 김 단장과 달리 북측 박 단장의 경우 시종일관 굳은 표정을 지어 대조를 이뤘다. 무엇보다 개성공단 운영 중단 사태가 넉 달을 넘어감에 따라 5만여명의 북측 근로자 생계 문제로 북한의 부담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우리 측도 부담이 만만찮았다는 지적이다. 김 단장은 이날 오전 남북회담본부에서 개성공단으로 출발하기 직전 기자들과 만나 "오늘 회담에 임하면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국민들께서 기대하시는 바에 부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여야를 비롯한 정치권 및 개성공단 입주기업들 사이에서 공단 정상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 또한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실제 이날 통일대교 앞에는 개성공단 관계자 및 근로자 30여명이 나와 '우리는 일하고 싶다'는 피켓을 들고서 정부를 압박하기도 했다.
정부 당국자는 "이번 회담은 어느 때보다 진지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며 "개성공단 폐쇄로 결론이 날 경우 짊어질 정치적 부담 때문인지 말을 아끼는 모양새도 연출됐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