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골프 골프일반

왕좌 박차고 나간 이경훈 "죽을 각오로 PGA 도전"

한·일서 '최고의 해' 보내고 웹닷컴 투어행

이경훈-원본사이즈입니다

올 시즌 한·일 상금 8억9,000만원

성공 안주 않고 美 2부투어로 "2017년엔 1부 무대 설 것"

언어 안 통하고 이동거리 길어도 목표만 생각하면 이겨낼 수 있어

얼른 매킬로이와 붙어봐야죠


"죽을 각오로 독하게 마음먹고 해야죠." 프로골퍼 이경훈(24·CJ오쇼핑·사진)의 말이다. 그는 올 시즌 일본프로골프투어(JGTO)와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를 병행하며 각 투어에서 1승씩을 올렸다. 양국에서 벌어들인 상금만 약 8억9,000만원. 일본에서는 상금랭킹 13위에 올랐고 한국에서는 최고 권위의 한국오픈 우승을 앞세워 상금왕(3억1,000만원)을 차지했다.

최고의 한 해를 보낸 선수의 내년 포부로 '죽을 각오'는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이경훈은 그러나 내년 시즌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있다. 지난 13일 미국 팜비치가든스의 PGA 내셔널 챔피언 코스에서 끝난 미국프로골프(PGA) 웹닷컴 투어(2부 투어) 퀄리파잉(Q)스쿨을 7언더파 단독 8위로 마쳤다. 2016시즌 2부 투어 출전권을 따낸 것이다. 이경훈은 내년부터 미국을 주 무대로 뛴다. 단순 비교에 무리가 있지만 야구로 치면 한국프로야구 간판선수가 미국프로야구에서 마이너리그 계약을 한 것과 비슷하다.

챔피언 왕좌를 박차고 도전자로 돌아간 이경훈을 최근 인터뷰했다. 그는 "코스 컨디션이 일본이나 한국과 많이 다르고 선수들 치는 스타일도 다르고…. 신선하고 신기한 경험이었다"고 했다. Q스쿨이 열린 코스는 '베어트랩(악몽의 15~17번홀)'으로 유명한 곳. PGA 1부 투어 혼다 클래식 대회장이기도 하다. 강풍에도 불구하고 이경훈은 최종 4라운드 15·17번홀(이상 파3)에서 각각 버디와 파를 기록했지만 16번홀(파4)에서는 더블보기를 범했다. "TV로만 보던 베어트랩을 직접 경험해보니 정말 부담됐어요. 15번홀 버디로 조금 마음을 놨더니 다음 홀에서 바로 해저드에 빠지더라고요. '끝까지 마음 놓으면 안 되겠구나'하고 크게 배웠죠."

PGA 투어는 2부 투어라도 괴물들이 득실댄다. 이경훈은 드라이버 샷을 캐리(날아가는 거리)로만 320야드를 치는 외국선수들을 보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고 한다. 올 시즌 일본 투어에서 드라이버 샷 평균 278야드를 기록한 이경훈은 거리 늘리기에도 신경 쓸 계획이다.

이경훈은 올 시즌 활약으로 일본 투어 출전권은 2017년, 국내 투어 출전권은 2020년까지 확보해놓은 상태다. 9월 한국오픈에 이어 10월 일본 혼마투어월드컵 우승으로 여유가 생기면서 웹닷컴 투어 Q스쿨 도전을 결심한 것이다. PGA 투어 진입에 계속 실패하더라도 이경훈은 언제든지 일본이나 한국으로 돌아올 수 있다. 이경훈은 그러나 "죽어도 미국에서 죽겠다는 마음으로 독하게 해서 2016-2017시즌에 바로 PGA 투어에 데뷔할 수 있게 노력하겠다. 몸 관리 잘하고 잘 준비하면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웹닷컴 투어에서 상금 25위 안에 들어 PGA 투어에 재진입한 이동환의 조언도 이경훈의 도전에 불을 지폈다. "동환이 형은 '2부 투어는 너무 힘들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못 견딜 곳은 아니다'라고 얘기해주셨어요. 김경태·장익제 선배님 등 일본에서 같이 뛰던 선배님들도 정말 많이 도와주셨죠."

웹닷컴 투어 2016시즌은 다음 달 개막하지만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단체전 금메달리스트인 이경훈은 곧 4주 기초군사훈련을 받은 뒤 3월부터 투어에 합류할 계획이다. 이경훈은 "짧은 시간이지만 훈련소에서 열심히 심신을 단련하고 오겠다"며 "퍼트 기복이 심한 게 단점인데 최대한 보완해 미국으로 건너갈 계획"이라고 했다.

웹닷컴 투어는 미국·멕시코는 물론 파나마·콜롬비아·브라질 등 남미에서도 대회가 열린다. 그래서 장시간 이동에 따른 피로와 교통·숙소 예약 등으로 경기 외적인 고생도 심한 투어다. 이경훈은 "말도 안 통하고 여러 가지로 힘들겠지만 더 큰 무대인 PGA 투어 진출만 생각하면서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아직은 목표일 뿐이지만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세계랭킹 3위)와 어깨를 나란히 할 만한 선수가 될 겁니다. 얼른 PGA 투어에 진출해서 매킬로이와 한 번 붙어봐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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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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