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고삐 풀린 그린벨트, 난개발 막을 장치 충분한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이 빠르게 줄어들 위기에 처했다. 정부는 지난주에만 연이틀 그린벨트 완화책을 내놓았다. 16일 기업형 임대주택 공급 활성화를 위해 그린벨트 부지를 적극 활용하기로 한 데 이어 17일에는 도로 때문에 단절된 소규모 토지의 개발을 허용하는 방안을 포함한 3건을 발표했다. 앞서 5월에는 30만㎡ 이하 규모의 사업 시행 시 광역단체장이 직권으로 해제할 수 있도록 했다. 지방자치단체가 해제와 개발계획 승인을 동시에 추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잇따른 그린벨트 규제완화에 대한 정부의 명분은 구역 내 주민들의 생활불편과 불합리한 재산권 침해 해소다. 하지만 속내는 부동산 시장에 불을 지펴 경기를 자극해 보려는 것이다. 그린벨트라도 풀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으려는 것을 나무랄 수는 없다. 잇단 금리 인하와 추가경정예산 같은 갖은 경기부양책에도 불구하고 올해 성장률이 3%는 고사하고 2% 중후반대로 떨어질 게 분명한 상황에서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침체의 늪을 벗어나려는 정부의 절박성을 모르는 바도 아니다.

문제는 그린벨트 해제가 자칫 난개발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잖아도 이미 전임 정부에서 보금자리주택 공급과 공공택지지구 지정을 위해 상당수 그린벨트를 풀어놓은 상태다. 특히 서울 강남의 세곡·자곡동, 경기 하남시 망월동 등 수도권 주요 지역 개발제한구역이 풀렸다. 현 정부 들어서도 뉴스테이 등 이런저런 주택 정책을 내놓을 때마다 그린벨트에 손을 대고 있다. 그 결과 1977년 5,397㎢에 달했던 그린벨트는 지난해까지 28.5%나 줄어든 3,861㎢로 쪼그라들었다. 정부가 지구 기후변화에 선도적으로 대응하겠다며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높인 것과는 정반대다.

정부는 2년 내 착공하지 않으면 그린벨트로 환원하는 등 안전장치를 마련한 만큼 난개발 걱정은 없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는 선거를 의식한 선심성 개발공약 남발에 따른 난개발 사례를 그동안 수없이 봐왔다. 더구나 이제는 지자체장이 구역 해제 권한까지 갖고 있다. 인기영합적 그린벨트 정책과 이로 인한 난개발 소지가 많아졌다는 의미다. 지자체와의 협력을 통해 난개발 방지대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차제에 도시 녹지확보를 위해 보호돼야 할 그린벨트가 무분별하게 해제되고 있는지도 점검해봐야 할 것이다. 도시의 허파인 그린벨트가 사라지면 개발이익보다 훨씬 큰 대가를 치를 것이라는 경고를 허투루 들어서는 안 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