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주주총회 안건 분석기관인 ISS에 칼 아이칸 측이 단기차익이 아니라 장기투자를 지향한다는 말을 했다고 들었다.”(곽영균 KT&G 사장) 이는 KT&G 사태가 일회성 이벤트로 끝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하는 것이다. 특히 아이칸 측의 이사회 입성이 가시화함에 따라 KT&G도 경영권 분쟁의 장기화를 현실로 인정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KT&G는 일단 사외이사 한 명에 대해 양보하는 모양새를 취하는 동시에 오는 17일 주총 이후 백기사(우호세력)에 자사주 매각 등 본격적인 대책 마련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사외이사 1명 양보는 불가피=곽 사장은 7일 아이칸 측 사외이사 후보를 한 명 받아들일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이는 당초 회사 측이 66% 이상의 우호지분을 확보, 아이칸 측 후보의 선임을 원천 봉쇄하겠다는 것에서 한발 물러선 것이다. 이는 ISSㆍ글래스루이스앤코 등 주총 분석기관들이 잇따라 아이칸 측 지지를 권고하고 해외 주주들 상당수가 아이칸 측에 가담하고 있는 현실적인 한계를 인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KT&G도 60%를 웃도는 해외투자가 가운데 아이칸 측 우호지분은 20%인 반면 회사 측은 15%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곽 사장은 회사 측 우호지분을 최대한 낮게 계산한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아이칸 측 사외이사 1명이 선임되는 것은 불가피하다. KT&G는 또 외국인투자가들이 60%를 넘는 상황에서 아이칸 측 사외이사 후보 선임까지 무리하게 막을 경우 외국인투자가들을 차별한다는 논란이 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즉 KT&G의 태도변화는 어차피 아이칸 측의 이사회 입성을 막기 힘든 상황에서 전술상의 변화를 도모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KT&G 다음 카드는=KT&G도 아이칸의 사외이사 선임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는 모습이다. 곽 사장은 “아이칸 측의 사외이사가 1명 정도 들어오더라도 사외이사 12명 가운데 1명이기 때문에 큰 영향은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KT&G는 이 같은 방침과는 별도로 경영권 방어벽 마련을 위한 장기대책 마련에도 나설 예정이다. 곽 사장은 경영권 방어책과 관련해 “주총 결과를 본 이후 이사회를 통해 자사주 매각, 유상증자 등을 포함한 여러 가지 장기대책을 검토해볼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구체적인 대책을 밝힐 단계가 아니다”고 말했다. 즉 아이칸의 공격 방향에 따라 방어책도 가시화하겠다는 얘기다. 우선 거론되는 것은 금융기관 등 백기사에 자사주를 넘기는 방안이다. 곽 사장도 “자사주를 매각하는 등 법적으로 허용된 여러 방법들이 있을 것”이라며 “경영권 방어를 도울 우호주주는 충분히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큰 위협요인인 아이칸 측의 공개매수에 대해서는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곽 사장은 “공개매수는 그 가격 이상으로 수익을 올릴 수 있을 때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15일쯤 결정되는 주주총회결의금지 가처분 신청의 결과도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대전지법이 아이칸 측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인다면 KT&G의 이사 선임 안건의 처리는 주총 이후로 연기가 불가피하다. 이 경우 주총 자체가 연기될지, 주총은 예정대로 진행하되 이사 선임건만 미룰지는 확정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