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로 여는 수요일] 응

응-문정희 作

햇살 가득한 대낮

지금 나하고 하고 싶어?

네가 물었을 때

꽃처럼 피어난

나의 문자

"응"

동그란 해로 너 내 위에 떠있고

동그란 달로 나 네 아래 떠있는

이 눈부신 언어의 체위

오직 심장으로

나란히 당도한

신의 방

너와 내가 만든

아름다운 완성

땅 위에

제일 평화롭고

뜨거운 대답

"응"


'응' 한 글자에 생명의 근원인 해와 달과 우리가 디딜 지평선이 다 들어있구나. 그렇다면 국어대사전의 수십만 개 나머지 단어들은 '응'이라는 글자에 대한 주석인지도 모른다. '응'은 만물을 낳는 긍정의 체위다. '아니'라고 했으면 생명의 연쇄는 완성되지 못했을 것이다. 밥 먹을래? 응. 영화 볼래? 응. 청소할래? 응. 심부름할래? 응. 아래위 뒤집어도 바로잡아도 똑같다. 힘들여 입 열지 않아도 절로 새어나오는 '응'은 신뢰와 사랑의 언어이다. 오늘 우리 응? 응!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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