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저보트·요트 같은 해양레저 스포츠가 소리소문없이 인기를 끌고 있다. 한때 부자들의 레포츠로 인식되던 골프가 대중화 바람을 타고 골프장 이용인구가 3,300만명(2014년 기준)까지 늘어난 것처럼 레저보트와 요트를 즐기는 수요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국민안전처에 등록된 요트와 보트 등 레저선박 수는 지난 11월 말 기준 1만5,500척으로 지난해(1만2,985척)보다 19.4% 뛰었다. 2007년(3,944척)과 비교하면 7년 만에 230%가량 급증한 것이다. 요트·보트 조종면허 신규 취득도 지난 한해만 1만3,728건이나 됐다. 2007년 6만5,758명이던 요트·보트 조종면허 취득자는 지난해 16만7,287명에 달했다.
이처럼 해양레저 스포츠는 대중화 단계에 들어섰지만 아직 국내 해양레저 수요를 산업과 일자리로 연결하는 마리나 인프라는 부족하다. 마리나는 요트와 보트 등 레저선박을 정박할 수 있는 항만 기반시설이다. 유럽과 북미·싱가포르·일본 등 마리나가 활성화된 국가는 요트·보트 정박지에 펜션과 호텔·쇼핑몰·컨벤션센터 등을 연계한 관광 서비스 산업으로 발전시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마리나 산업은 고부가가치 융복합 산업으로 꼽힌다. 레저선박인 요트 한 대를 만들 때 창출되는 고용은 3,500명으로 승용차(15명)의 230배가 넘는다. 하지만 국내 마리나 시장 규모는 제대로 된 평가지표조차 없을 만큼 취약한 현실이다. 레저선박 수도 1만5,00여척 수준으로 마리나 강국인 일본의 20분의1에 불과하다.
전국에 마리나는 33곳, 2,181척이 정박할 수 있다. 전체 등록선박(1만2,985척)의 14%만 배를 댈 수 있다. 이 때문에 올해 아시아 3대 요트대회인 이순신장군배 국제요트대회에서도 보트 정박공간이 부족해 어촌 항구 등에 임시로 배를 대기도 했다. 급증하는 수요에 맞춰 마리나 조성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장철훈 이순신국제요트대회 사무국장은 "요트와 보트 등 해양레저는 기본적으로 숙박과 식사·쇼핑에 더해 정비와 보관 등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하는 체류형 산업"이라며 "요트대회가 열리는 시즌이면 1,000명이 넘는 선수와 동호인들이 몰려 지역경제에 힘을 불어넣는다"고 설명했다.
정부도 이런 흐름에 맞춰 마리나 산업을 집중 육성하기로 했다. 7월에 300억원을 지원해 부산 해운대와 안산 방어머리, 당진 왜목, 여수 웅천 일대를 거점형 마리나 개발 대상지로 선정했다. 정부 지원으로 거점 마리나의 기반을 마련하는 것은 지역별로 분산된 마리나 항구의 덩치를 키워 해양레저 산업과 레저선박 제조업 등을 결부시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육성하자는 취지다. 마리나 산업을 해양레저와 숙박·쇼핑 등 서비스업에 국한하지 않고 레저보트 제조와 수출 같은 제조업까지 연결한다는 복안이다.
마리나항만법을 개정해 마리나 선박 대여업도 가능하게 했다. 대여사업자들이 늘어 경쟁체제가 구축되면 레저선박 이용 가격이 낮아지고 마리나 이용객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중소 레저선박 제조사들에 연구개발(R&D) 등을 지원해 레저선박 수출을 독려할 계획이다. 일본과 중국산 중고 요트·보트를 수입하는 국내 시장 수요를 국산으로 대체하고 나아가 미국과 싱가포르·일본 등으로 레저선박 수출을 늘릴 방침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오는 2020년까지 현재보다 마리나 시설을 4배 이상 확충하고 레저선박 수도 두 배 이상 증가한 3만척까지 늘리겠다"고 말했다. 해수부는 이를 통해 일자리가 1만2,000개 늘어나고 1조5,000억원의 경제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