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판·검 갈등 뇌관은 '공판중심주의'

법원 "조서 보다 법정진술에 비중"에 검찰 "법정안 주도권 싸움 말릴라" 위기감

이용훈 대법원장의 “검찰 조서는 던져버려라”라는 발언으로 법원과 검찰이 표피적 감정싸움을 벌이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공판중심주의’ 추진을 둘러싼 검찰의 위기의식이 자리하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번 갈등의 본질은 이 대법원장의 원색적 표현방식을 둘러싼 싸움이 아니라 공판중심주의 개혁에 박차를 가하려는 대법원에 검찰이 마냥 끌려갈 수 없다며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형국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것. 공판중심주의란 판사가 재판 전 검찰 조서를 통해 심증을 형성하지 않고 법정에서 증인 진술과 피고인 심문을 토대로 진실을 밝힌 뒤 이를 근거로 유ㆍ무죄와 형량을 정하는 제도이다. 이 제도가 정착되면 그동안 검찰 조서 위주 재판이 사라지면서 당연히 검찰의 법정 입지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검찰을 폄하하는 이 대법원장의 표현방식도 문제였지만 ‘발언 취지’인 공판중심주의 실행으로 법정 안 주도권 싸움에서 밀릴 수 없다는 검찰의 위기감이 팽배해 있는 상황이다. 공판중심주의 강화는 국선변호인 확대 등과 함께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사개추위)의 핵심 개혁과제로,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반영돼 국회에 계류돼 있다. 피고인의 인권 보장과 실체적 진실 파악을 위해 공판중심주의를 도입해야 한다는 논리가 대세여서 검찰도 이를 거스르지는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본격 도입하기에는 법원ㆍ검찰 모두 턱없는 인력부족 등으로 준비가 덜 된 게 사실이어서 앞으로도 이 제도 시행의 폭과 속도를 둘러싸고 법원과 검찰이 적지않은 갈등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루에만 많게는 수십건을 재판해야 하는데 공판중심주의는 조서에 의하지 않고 법정에서 모든 심문을 하다 보니 재판이 지연되고 늘어지기 일쑤다. 또 법정에서나 검찰 조사시의 허위 진술을 엄히 처벌할 수 있어야 하는데 수사나 법정 현실이 그렇지 않아 제대로 된 제도가 정착될지 우려되는 측면도 있다. 현재 계류 중인 형사소송법상 검찰의 조서는 영상 녹화 등 특별히 믿을 수 있는 상태, 즉 특신 상황에서의 조서는 법률적 증거를 가질 수 있다는 수준에서 법원과 검찰이 타협을 한 상태다. 일단 이 같은 수준에서 조서의 능력을 인정했지만 공판중심주의를 본격 실행하는 과정에서 법원과 검찰의 갈등은 이번처럼 얼마든지 수면 위로 부상할 수 있는 소지를 남겨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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