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김나영 기자의 一日一識] <47> 박근혜 대통령이 선사할 ‘크리스마스 선물’을 기대하며

오늘은 크리스마스 이브입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산타 할아버지의 선물을 기다려왔던 어린 시절은 지났지만, ‘선물’을 기대해 봅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민행복을 위해 준비한 크리스마스 선물을 말입니다.

2014번째 크리스마스가 찾아왔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 이후로 햇수를 셈하는 방식을 전 세계가 따르고 있기 때문이죠. 그동안 참 많은 사람들이 아름다운 선물을 주고받았을 것입니다. 사회학자들은 고대 사회가 선물 경제(Gift economy)였다고 말합니다. 자기가 가진 것을 기꺼이 이웃과 나누고, 또 가장 중요한 것을 상대방에게 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유대감이 표시되는 사회였다는 것이죠. 사람들 간에 선물을 주고받으면 모종의 책임감이 생깁니다. 나중에도 그와 비슷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마음, 그리고 더 나은 의미를 추구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죠. 이처럼 반복적이면서도 선의의 관계가 누적되면 서로 ‘상호호혜적 관계’(Reciprocal relationship)를 맺게 된다고 사회과학자들은 말합니다. 이러한 선물에는 중요한 원칙이 있습니다. 우선 시간이 지날수록 더 효용이 큰 선물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경제학자들은 한 가지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우선 시간이 지날수록 비싼 요리를 시켜주는 경우와 가격 순위에 관계 없이 요리를 시키는 상황, 그리고 점점 싼 요리를 시키는 경우를 비교했습니다. 그랬더니 누적적으로 화폐효용이 커지는 주문 방식이 얻어먹는 사람의 만족도를 높였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다시 말해 서 ‘누적적으로 편익이 커지는 것’이 선물의 실체라는 것입니다.

그 다음 중요한 것은 불측성입니다. 선물의 규모와 정도를 미리 가늠하게 되면 이후에 받는 사람의 만족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예상치 않은 선물을 주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평소에 상대방이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알아야 할 뿐만 아니라, 그 또는 그녀가 느끼는 결핍까지 채워줄 수 있어야 합니다. 다시 말해서 상대의 일상을 주도면밀하게 관찰함으로써 잠재적인 욕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선물이라는 것입니다.

해마다 역대 대통령들은 조금 전형적인 방식으로 국민들에게 선물을 제공해 왔습니다. 바로 성탄절 특사입니다. 억울하게 감옥살이를 하거나, 죄의 정도가 상대적으로 경미해 풀려날 수 있는 사람들을 크리스마스와 함께 풀어주거나 사면하는 것이 큰 선물로 받아들이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많은 이들의 기본권이 제한되는 권위주의 정부 시절, 영어의 몸에 있던 사람들이 보통 사람과 함께 숨 쉬고 다닐 수 있는 기회를 받는다는 것은 자유 그 이상의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성탄절 특사의 대상이 점점 경제사범에 해당하는 기업인이나 수뢰죄로 감옥에 갇힌 정치인 등으로 집중되면서 그 의미는 점점 퇴색되어 갔습니다. 더이상 국민들에게 선물로서의 의미를 가지지 못하게 된 것입니다. 예상치 못한 만족이나 시간이 지날수록 더 큰 효용을 주는 가치도 없어져 버렸습니다. 선물을 주어서는 안 될 것 같은 사람들에게 퍼주기 식으로 이득을 제공하는 의식이 된 것이죠. 어떤 의미에서는 정치적 상상력 부족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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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에게도 어김없이 크리스마스가 다가왔습니다. 격동의 시대를 거치며 어린 나이에 한 집안의 가장이 되어야 했고, 두 동생과 친족들을 희생정신과 따뜻한 가슴으로 품었던 박 대통령입니다. 이제 그는 단순한 의미의 혈족에서 더 나아가 국민들을 가족으로 하고 커다란 마음으로 안아야 하는 지도자입니다. ‘국민 행복’이라는 슬로건 속에는 이 나라의 최고경영자가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알고, 그들의 잠재적인 욕구까지 헤아릴 줄 안다는 의미가 들어가 있습니다. 또 행복이라는 선물을 주기 위해서는 지도자 스스로 행복해 져야 합니다. 언제까지고 대통령이 비운의 여주인공, 비상시의 엄격한 최고지도자가 될 수는 없습니다. 모두에게 긴장을 주었다면, 그것을 완화할 수 있는 지혜도 필요한 것입니다.

선물을 줄 수 있는 지도자의 마음은 여유에서 시작합니다. 그를 위해서는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이 있어야 합니다. 사실상 비선 논란에서 시작해 최근 있었던 박 대통령 주변의 이슈 대부분은 미래보다는 과거에 더 많이 치중한 경향이 있습니다. 과거 청와대의 거버넌스가 누구를 중심으로 돌아갔느냐, 그리고 가장 많이 정보의 중심에 서 있었던 사람이 누구냐를 두고 논쟁을 벌인 것입니다. 앞으로 이 사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그리고 박 대통령이 생각하는 진정한 정보의 흐름과 거버넌스의 구조는 어떤 것인가에 대한 논의는 별로 없었다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지나온 과거를 해명하기 급급한데 국민들에게 선물을 줄 수 있는 여유야 많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아직 시간이 있습니다. 3년이라는 시간 동안 박근혜 정부는 지난 2년과는 다른 획기적 변화를 시도할 수 있는 충분한 기회와 여유가 있습니다. 지나온 시대가 거시적인 발전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국민 개개인의 삶과 일상에 대한 관심을 통해 미시적인 정책을 고민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다 보면 예기치 않았던 선물, 또는 행복과 관련된 이야기도 조금씩 나올 수 있을 거라 기대해 봅니다. 대한민국에 선물 다운 크리스마스 선물을 기대하면서, 박근혜 대통령께도 크리스마스 축하 인사를 드립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iluvny23@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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