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시각] '소비국경'을 지키려면


해외 인터넷몰에서 물건을 구매하는 직구(직접구매)족이 된 지는 6~7년쯤 됐다. 당시 백화점에 겨울 코트를 사러 갔다가 매장에 걸린 옷이 모두 천편일률인 반면 웬만한 제품 가격이 200만원선인 것을 보고 백화점에 발길을 끊었다. 이후 불경기가 닥치며 제품값도 내리고 브랜드도 제법 다양해졌지만 여전히 직구족으로 살고 있다.

직구의 가장 큰 매력은 싼 가격이다. 국내와 최초 가격이 다르고 같은 시즌에도 갈수록 가격이 떨어진다.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는 유통업의 핵심인 '재고'에 있다. 대다수의 국가는 유통업체가 제조업체에서 직접 물품을 사들여 재고 부담을 지는 직매입 구조다. 다음 시즌을 준비하려면 어쩔 수 없이 사놓았던 제품을 처분해야 해 가격 경쟁이 일어난다. 반면 국내 백화점들은 입점 수수료만 받고 재고는 제조업체가 부담한다. 이 때문에 유통업체는 제조업체 측에 큰 폭의 할인을 요구하기 힘들고 해당 업체는 수수료 부담과 재고 관리 비용에 허덕이느라 할인율을 키울 여지가 없다. 또 '수수료 30%'를 감안한 백화점 가격이 통상 표준가가 되며 직영 로드숍들도 같은 가격을 받게 돼 국내 특유의 '가격 거품' 구조가 생긴다. 이를 두고 업계가 '비쌀수록 잘 팔린다'는 식으로 둘러댔던 것을 보면 직구를 소비 반란이라 부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여기에 마케팅과 AS 편의성 등에 힘입어 국내 시장의 플레이어는 주로 우리 업체끼리 한정되는 탓에 다국적 기업이 경쟁하는 해외보다 가격 인하 여건이 미흡하다. 이로 인해 요새 직구는 외국 제품을 해외에서 싸게 사는 데서 국산 제품을 해외에서 싸게 구입하는 식으로 기형화됐다. 약 2년 전 대중화된 국산 TV 등 가전제품 직구가 전체 직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13%에서 올해 20%대로 증가했다. 오는 2018년 직구 규모는 8조원으로 껑충 뛰며 백화점업계 전체 매출의 30%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직구가 내수 회복을 저해하는 주원인이 되는 셈이다.

유통 구조가 낳는 차이는 비단 가격에 그치지 않는다. 해외의 경우 유통업체 입점을 늘리기 위해 제조업체 간 디자인·품질 경쟁이 치열하다. 유통업체도 발 빠르게 트렌드를 읽어야 '완판'할 수 있기에 양자 간 무한경쟁이 가속화된다. 반면 국내는 디자이너 연봉이 패션업 전 직종 중 최하위일 정도로 경쟁 토양이 척박하다.

소비 국경은 우리만의 문제도 아니다. 올해 백화점들은 중국인 관광객(유커)을 대상으로 국내 브랜드 판매에 집중하며 엔화 약세로 실종된 명품 구매 수요를 대신했다. 하지만 빠르게 변하는 유커의 기호가 장기간 국내에 머무르리라는 기대는 점점 약해지는 분위기다.

지난 정권 주요 백화점 등의 입점 수수료가 공개됐지만 대안인 직매입 활성화는 공염불에 그쳤다. 소비 국경을 지키고 경쟁력을 키우려면, 국산 TV를 국내에서 사는 '상식'이 되살아나려면, 수수료 제도부터 서둘러 손봐야 한다.

김희원 생활산업부 차장 heew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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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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