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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달성군 첨단복합도시인 테크노폴리스에 입주한 산업용 섬유 생산업체인 보우. 지난 4년간의 연구개발(R&D) 끝에 골판지 제조설비에 쓰이는 벨트를 자체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그동안 전량 수입해 오던 것을 국산화했다는 점에서도 큰 의미가 있지만, 고강도·고내열의 특성을 가진 고성능섬유(슈퍼섬유)를 활용해 제지용 벨트를 개발해 새로운 산업용 수요를 창출했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사례로 꼽힌다. 보우 관계자는 "수입산 벨트는 장당 4,000만원 이상의 고가지만, 국산화에 따라 30∼40% 가량 저렴한 가격에 벨트를 공급할 수 있다"며 "향후 2~3년 내에 국내 수요의 50% 이상을 점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외국산에 잠식당한 제지용 벨트시장을 국내 업체가 되찾아 오는 계기가 마련된 셈이다.
23일 대구 섬유업계 등에 따르면 대구의 섬유산업이 기존 의류중심에서 벗어나 고부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용으로 빠르게 전환하면서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가고 있다. 보우처럼 슈퍼섬유를 다른 산업제품에 적용하거나 자동차·정보기술(IT)·의료 등 이(異)업종 간 융합을 통해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는 등 활로를 찾은 결과다. 슈퍼섬유는 일반 범용섬유가 갖는 경량성, 유연성, 내구성에 고강도, 고탄성, 고내열성 등 새로운 기능을 부여한 고성능 신섬유를 말한다. 특히 한국섬유개발연구원이 주도해 올해부터 시작한 슈퍼섬유수요연계강화 프로젝트는 속속 성과를 내고 있다. 보우의 성공사례도 이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다. 슈퍼섬유 공급기업과 수요기업 등 30개사가 함께 참여하는 이번 프로젝트는 슈퍼섬유를 특수소방복, 자동차엔진부품, 의료용 봉합사, 스마트폰 프리미엄보호 커버, 솔라보트용 복합선체 등에 적용, 실용화하기 위한 연구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섬유개발연구원 관계자는 "슈퍼섬유 공급기업과 수요기업을 연결시켜 수평적 협력체계를 구축, 국내 슈퍼섬유 소재의 안정적인 산업기반을 확보하기 위해 이번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사업은 오는 2017년까지 3년간 진행될 예정이다.
이업종 융합쪽에서도 성과가 나오기 시작했다. 실제 부성텍스텍은 섬유개발연구원과 함께 튜브처럼 공기를 넣어 물에 뜰 수 있는 아쿠아백을 개발했다. 이 아쿠아백은 물에서 체중 70㎏의 성인 5명이 매달린 채로 24시간 가량 떠 있을 수 있다. 또 로프를 매달아 물을 건널 때나 물에 빠진 사람을 구출할 때도 사용할 수 있어 군사용·등산용 등에 적용할 수 있다. 부성텍스텍을 포함, 대구지역 72개 섬유 중소기업들은 현재 '섬유산업 신문화창조협의회'를 발족하고 창조섬유제품 개발과 이업종 융합에 나서고 있다. 문혜강 한국섬유개발연구원장은 "앞으우르스 브라운 로 대구 섬유 가운데 전통 범용섬유는 중국·베트남 등이 하지 않는 분야에서, 그 외에는 모두 타 산업과 융합을 통한 산업용 섬유에서 각각 활로를 찾아야 한다"며 "특히 대구가 적극 육성하고 있는 슈퍼섬유는 적용분야가 건축·자동차·전자제품·항공기 등 전 산업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손성락기자 ssr@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