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버핏의 IT주 기피증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창업자가 어느 날 절친 사이인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에게 장장 9시간에 걸쳐 MS의 사업내용을 친절하게 설명해줬다. 버핏은 그의 얘기를 귀담아듣더니 MS 주식 100주를 매수했다고 한다. 버핏은 훗날 "세상에 게이츠보다 더 나은 스승이 없겠지만 나보다 더 바보 같은 학생도 없었을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버핏은 라디오도 켜지 못할 만큼 지독한 기계치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런 버핏이 답답했던 게이츠는 비행기를 타고 날아가 PC를 설치해주고 활용법까지 가르쳐주겠다고 제안했지만 거절당했다고 한다.

버핏은 자신이 잘 알지 못한다는 이유로 정보기술(IT)주를 철저히 경원시해왔다. IT기업들이 연구개발에 막대한 투자비를 쏟아부어도 변화 속도가 너무 빠르기 때문에 한 번의 실수로 치명타를 입을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지난 2005년 한국을 방문했을 때 IT기업은 미래 모습을 예측하기 쉽지 않아 투자대상이 아니라며 삼성전자 매수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그랬던 그가 2011년에는 IBM의 최대주주로 변신해 버핏의 가치투자를 따르던 지지자들을 혼란에 빠뜨리기도 했다. 50년간 IBM의 사업보고서를 탐독해왔다는 버핏은 "IBM이 IT회사가 아니라 IT를 지원하는 사업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버핏이 달라진 게 아니라 IBM의 변신이 버핏을 끌어들인 셈이다.

버핏의 올해 투자수익률이 16년 만에 처음으로 시장 평균을 크게 밑도는 수모를 당했다는 소식이다. 미국 증시에서 넷플릭스나 아마존 등 기술주가 급등한 데 반해 버핏이 주로 사들였던 아멕스와 IBM 등이 워낙 많이 떨어진 탓이다. 버핏은 2000년대 초반에도 IT주를 외면하는 바람에 시대에 뒤떨어진다는 소리를 듣기도 했다. 하지만 버핏은 이번에도 자신의 투자전략을 바꿀 생각은 없는 듯하다. 비교적 싼 우량주를 골라 장기 투자한다는 그의 정공법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상범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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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범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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