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작은 정부'로 가는 조직개편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지난 16일 중앙행정조직을 현행 18부4처18청10위원회에서 13부2처17청5위원회로 대폭 축소하겠다고 발표했다. 그 결과 정보통신부ㆍ해양수산부ㆍ과학기술부ㆍ여성가족부ㆍ통일부 등 5개 부처가 폐지돼 부처의 3분의1이 축소되고 국가 일반공무원의 5.3%에 달하는 7,000명 가까운 공무원이 줄어들 예정이다. 중앙정부조직뿐 아니라 청와대와 국무총리실도 대폭 축소될 예정이다. 정부조직의 축소는 불요불급한 조직과 공무원 수를 줄여 예산을 절감하고 그 결과 규제가 축소돼 정부의 효율성을 높일 뿐 아니라 민간경제를 활성화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그러나 이번 조직개편으로 축소되거나 폐지될 부처와 관련 이해단체들은 사생결단으로 반대하고 있다. 허나 우리는 이들이 조직의 이익 때문에 그러는지 아니면 진실로 관련된 산업과 국가 발전을 위해 그러는지를 냉정히 판단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정통부를 지식산업부와 방송통신위원회로 분할하는 것과 해양부를 폐지하는 것이 과연 정보통신산업과 해양수산업의 발전을 가로막는 것일까. 조직이 예전처럼 한 부처로 존속되지는 않지만 그 기능은 변화하는 환경에 적합한 형태로 새로운 부처로 승계되기에 관련 산업의 발전을 가로막지는 않을 것이다. 그동안 우리 정보통신산업 발전에 기여한 정통부의 해체에 대해 반발이 심하지만 오히려 인터넷TV(IPTV)의 상용화나 방통 융합처럼 기존 조직에서 해결하지 못한 난제들이 새로운 조직에서 보다 효과적으로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정부조직 축소에 대해 대통합신당을 포함한 현재의 범여권이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것도 모양이 좋지 않다. 큰 정부를 기반으로 한 자신들의 국정 운영에 대해 국민이 실패라고 심판을 내렸고 그 때문에 ‘작은 정부 큰 시장’을 공약으로 내걸고 승리한 한나라당이 약속대로 정부조직을 개편한다면 불필요하게 딴죽을 걸지 말고 한번 기회를 주는 게 바람직할 것이다. 이번 정부조직 축소의 요체는 부처 간 중복 기능의 통합, 부처별로 나눠진 기능의 융합, 중앙정부 권한의 민간과 지방자치단체로의 대폭 이양 등이다. 이러한 조치는 기능의 중복과 분산으로 인한 예산 낭비를 막고 불필요한 중복 규제를 철폐해 ‘작고 효율적인 정부’를 만들 것이다. 예를 들면 지식경제부는 산자부ㆍ정통부ㆍ과기부 등 3개 부처에 중복돼 있는 신성장동력산업 업무를 효과적으로 통합할 것이다. 인재과학부는 교육인적자원부ㆍ과기부ㆍ산자부에 흩어져 있던 과학기술인력 양성 기능을 효과적으로 융합할 것이다. 대학 입학 업무를 민간에 이양하고 초ㆍ중등 학사 업무를 지자체로 이양하면서 교육부를 과기부와 통합해 인력 개발에 집중하게 한 것도 사람의 경쟁력이 곧 국가경쟁력인 21세기시대에 바람직한 조치다. 동전의 양면인 예산과 조세 기능을 기획재정부로 통합한 것은 재정정책의 효율성을 높이고 수석 경제부처의 경제정책 조정 기능을 높이는 방안이다. 혹자는 과거의 재정경제원과 같은 공룡부처의 부활을 우려하지만 민간에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는 금융정책 기능을 금융위원회에 넘겨줬기에 그러한 우려는 불필요하다. 오히려 경제부총리제가 폐지됨으로써 대통령이 경제정책 실패의 책임을 바로 지게 될 위험에 대한 걱정들이 많다. 물론 대통령이 경제를 직접 챙기려는 의지는 높이 사지만 경제가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할 경우 그 책임이 바로 대통령에게 감으로써 전반적 국정 운영에 어려움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이번 정부조직 축소 개편은 대부분 선진국에 없는 정통부ㆍ과기부ㆍ해양부ㆍ여성부ㆍ통일부를 폐지하고 대부분의 선진국처럼 15개 정도의 부처로 축소했기에 선진국형 정부조직개편이라 할 수 있다. 다만 과거의 경험에 비춰 축소 및 통폐합된 부처들이 진정한 화학적 융합을 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정부조직 축소로 발생할 잉여 인력을 위한 효과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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