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경기 회복은 커녕 다시 하강하나

통계청이 30일 발표한 `4월 산업활동 동향'은 경기가 회복되기는 커녕, 다시 하강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마저 불러일으키고 있다. 경기종합지수 선행지수는 4개월만에 하강하는 모습을 보였고 동행지수 전월비는 2년만에 최대의 하락폭을 기록했다. 또 생산.투자.소비가 일제히 전월보다 감소했다. 통계청은 지난 4월에 수출이 저조한데 따른 현상으로 해석하고 경기하강으로 진단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도 아직은 경기상황을 비관하기에는 이르다면서 하반기에는 긍정적인 신호가 나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그러나 정부가 올해 내세우고 있는 5% 성장 목표는 실현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 일제히 하강하는 지표들 올들어 청신호를 보여줬던 산업생산의 지표들이 일제히 고개를 숙이고 있다. 4월의 산업생산 증가율 3.8%는 설연휴 효과로 7.3%가 줄었던 지난 2월을 제외하면 지난 2003년 8월의 1.5%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는 수출 증가율이 7.7%에 머물렀고 특히 대미 수출이 2.2% 줄어든데 따른 것이라고 통계청은 설명했다. 내수진단 지표인 도소매판매의 전월비 증가율은 -0.4%로 3개월만에 다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전월비 증가율은 지난 1월에 -2.0%이었으나 2월 2.4%, 3월 0.9% 등으로 소비가 꿈틀거리는 모습을 보여줬었다. 통계청은 자동차.연료비가 작년 동월보다 1.9%가 줄어들어 도소매 판매에 부정적인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경기회복 여부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투자 역시 부진을 면치 못했다. 설비투자추계 증가율은 1월 16.0%, 2월 -3.5%, 3월 1.4%에 이어 4월에는 다시 -0.3%를 보였다. 특히 국내 기계수주는 작년 같은 달에 비해 10.3%가 줄어들어 상당히 높은 수준의 하락폭을 기록했다. 반면, 국내건설수주는 작년 동월보다 29.1%, 국내 건설기성은 8.3%가 각각 증가해 건설경기가 바닥권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니냐는 희망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김철주 재경부 경제분석과장은 "도소매 회복 강도가 예상보다 강하지 않아 생산으로 연결되지 않고 있다"며 "건설의 회복세 등을 고려하면 하반기에는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 경기 다시 하강하나 그동안 경기가 회복기미를 보이고 있다는 결정적인 신호는 경기종합지수 선행지수에서 나왔다. 선행지수 전년동월비 전월차가 마이너스 상태를 지속하다 올들어 1월 0.2%포인트, 2월 0.3%포인트, 3월 0.2%포인트 등으로 3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4월에는 이 지수가 다시 -0.1%포인트로 돌아섰다. 이는 경기회복을 점치기 어려울 뿐아니라 자칫하다가는 경기가 하강할 수도 있음을 예고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게다가 계절적.추세적 변동요인을 제거한 순환변동치가 4월에 96.4로 전월보다는 0.8포인트가 줄어들어 작년 8월이후 최대의 하락폭을 기록한 것도 부정적 신호에해당된다. 경기종합지수 동행지수는 126.3으로 전월보다 0.3%가 줄어들어 하락폭이 2003년4월이후 가장 컸다. 김광섭 통계청 산업동향과장은 "4월 한달간의 이런 움직임만으로 경기가 하강한다고 속단할 수 없다"면서 "좀더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으며 특히 하반기에는 상승세를 보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 5%성장 목표 실현 불가능 이런 상황에서는 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5% 경제성장 목표는 달성하기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한덕수 부총리겸 재정경제부 장관도 이를 인정했다. 한 부총리는 이날 서울 조선호텔에서 열린 한국경제 밀레니엄포럼에서 "2.4분기도 1.4분기(2.7%) 정도의 성장률을 유지하거나 조금 나은 정도 일 것"이라며 "하반기 성장률은 좀 더 잠재성장률에 가깝겠지만 이대로 간다면 5%는 안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 부총리는 "5% 성장률은 의지의 목표로 이해해달라"며 "전망을 고치라면 내일이라도 고칠 수 있지만 목표를 갖고 가능한한 무리가 가지 않는 정책을 끈질기게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부총리는 또 한국경제가 일본식의 장기불황에 빠질 가능성도 있음을 경고했다. 그는 이날 정부 무주리조트에서 열리는 열린우리당 국회의원.중앙위원 연석회의주제발표문에서 "경제시스템의 획기적인 개선을 이루지 못할 경우 일본과 같은 장기침체의 늪에 빠질 소지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은 환율 절상과 금융부실 외에도 구조개혁의지연으로 인한 생산성 부진에 근본적 원인이 있다"며 "세계화의 가속화와 중국의 급부상, 고령화의 진전 등을 감안할 때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길어야 10~15년 정도"라고 설명했다. ◆경기 바닥권 횡보 지속..경기회복책 시급 경제 전문가들은 지난 4월 수출 증가세의 둔화로 전반적인 산업생산 활동이 저조했고 도소매 등 소비도 증가세를 이어갔지만 수출 둔화를 만회할 정도는 아니어서경기가 바닥 瑁仄綬?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진단했다. 하지만 소비 증가세가 계속되고 있고 특히 건설 부문에서 기성과 수주가 호조를보이고 있어 경기가 하반기에 본격적인 회복세로 전환될 가능성은 아직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수출 부진이 투자와 산업생산에 영향을 미쳤고 소비는 미약하지만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며 "5월 수출이 지난 20일까지 호조를보였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경기가 이달에는 좋은 모습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경기가 연초에 반짝 호조를 보였던 작년처럼 진행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작년과 달리 대외 변수의 불안 요인이 크지 않고 소비와 건설이 좋아지고 있어올해는 `상저하고'의 형태로 경기가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상재 현대증권 거시경제팀장은 "전체적으로 4월 실물경기도 1분기에 이어 바닥권 횡보의 기저를 이어가고 있지만 경기 회복의 기대를 무산시킬 정도는 아니다"며 "소비회복 확대, 건설 기성 및 수주 회복세, 유가의 하향 움직임 등을 고려하면하반기 회복의 기대를 이어갈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한 지표였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경기 선행지수 등을 감안하면 향후 경기상황을 낙관할 수 없다는 의견도나오고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의 경기 상태와 경기전환 시기를 예고하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와 선행지수 전년동월비의 감소가 경기에 좋지 않게 작용할수 있다"며 "소비 회복의 속도가 수출의 둔화세를 만회할 만큼 빠르지 않고 기계수주 등 설비투자도 당분간 회복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기성과 수주 등이 좋아진 건설경기가 전체 경기를 받쳐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하반기에는 내수도 뚜렷한 회복세를 나타낼 전망이지만 좀 더 두고봐야한다"며 "내수회복을 위한 감세와 기업의 불안한 투자심리를 안정시킬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서울=연합뉴스) 윤근영.이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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