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을 두고 정부와 시민의 인식차가 늘 있다. 이러한 시각의 차이는 '정부와 대학의 노력으로 반값 등록금이 실현됐습니다'라는 최근 지하철 홍보와 관련해서도 쉽게 드러난다. 전국 모든 대학의 연간 등록금 총액은 약 14조원에 이른다. 정부와 대학은 등록금 총액의 절반에 해당되는 7조원의 재원을 마련해 대학생 개인의 성적과 소득에 따라 장학금을 지불했다. 따라서 등록금 총액 기준으로 보면 '반값등록금'이 실현됐다고 홍보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광보를 본 시민들은 '반값등록금의 실현'에 대해 믿지 못하는 눈치를 보이고 있다. 반값등록금이 실현됐다면 등록금 고지서에 기존에 내던 금액에 비해 반값이 청구돼야 하는데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서 우리는 '반값등록금'에 대해 시민과 정부의 인식차가 적지 않다는 것을 여실히 알 수 있다. 결국 이러한 시각의 차이는 소통의 부재에서 생긴 것이다. 소통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홍보를 강화하면 상호 불신만 커질 뿐 상호 이해가 생겨나지 않는다.
공자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뢰를 들 수 있는 인(仁)을 최고의 덕목으로 간주했는데 제자 재아(宰我)가 공자에게 인자(仁者)에 대해 꽤 흥미로운 질문을 던졌다. "어떤 사람이 인자에게 '우물에 사람이 빠졌다(井有仁焉)'라고 말하면 어떻게 할까요?" 재아의 질문 요지는 이렇다. "인자가 사랑을 앞세우는 사람이므로 누가 어려움에 빠졌다고 하면 앞뒤를 돌아보지 않고 돕겠습니까?" 공자는 "인자가 우물로 달려갈 수는 있지만 앞뒤 따지지 않고 우물에 뛰어들지는 않으며 순간 그럴듯한 말에 속을 수는 있지만 멍청하게 당하지 않는다."
공자의 이야기는 후배들에게 "사람의 말을 믿으려면 어떤 기준이 있어야 하는가?"라는 숙제를 남겨줬다. 순자(荀子)는 공자가 제기한 숙제를 풀고자 했다. 그는 믿을 수 있는 말의 기준으로 "주장은 근거를 가지고 있고 말은 논리를 갖춰야 한다"는 "지지유고(持之有故) 언지성리(言之成理)"를 제시했다. 아무런 근거를 제시하고 않고 아무리 화려한 주장을 펼치고 논리를 갖추지 않고 수많은 말을 해봤자 신뢰를 줄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순자는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상대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의심을 하게 된다. 하지만 말이 근거와 논리를 갖추고 있으면 아무리 의심을 한다고 하더라도 그 허점을 쉽게 찾을 수 없다. 즉 속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순자의 한계는 "우물에 사람이 빠졌다"라고 하면 처음부터 의심하고 가지 않을 수 없고 적어도 우물까지 달려갈 수밖에 없다는 공자의 대답과 닮았다.
우리는 근거를 가진 주장과 논리를 갖춘 말이 그럴듯하면 늘 속을 수밖에 없을까. 그렇지 않다. 말과 행동의 일치를 관찰하면 된다. 재아의 상황처럼 우물에 가보면 사람이 빠졌는지 여부를 판정할 수 있다. '반값등록금의 실현'도 사실에 대한 체감이 중요하지 정책의 홍보가 중요하지 않다. 체감을 고려하지 않고 홍보를 앞세우면 사람과 사람 사이의 불신만을 키우게 된다. 불신을 그대로 두고 홍보를 강조하면 '양치기 소년'의 우화처럼 명백한 사실조차 믿지 않는 관계의 파국을 가져올 수 있다. 문제는 홍보의 부족이 아니라 홍보의 과잉이며 불신의 심화가 아니라 소통의 부재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신정근 성균관대 유학대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