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인 저유가 행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유가가 하락세 이전 가격을 회복하는 데 20년이 넘게 걸릴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았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전기자동차 등 석유를 대체하는 에너지 기술의 발전과 파리 기후협약과 같이 탄소배출을 줄이려는 국제사회의 협력으로 석유 수요가 중장기적으로 계속 줄어 유가 상승을 기대하는 OPEC을 비롯한 산유국들이 '치명적인 위험(Mortal Threat)'에 직면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2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OPEC은 이날 발표한 '세계석유전망' 보고서를 통해 국제유가가 2020년에는 배럴당 70달러, 2040년에는 95달러까지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의 유가 하락세가 시작되기 전인 2014년 6월의 90달러 이상을 회복하는 데 족히 25년은 걸린다는 것이다. OPEC은 "(셰일업계 포함한 미국·캐나다 등) 원유 생산 비용이 높은 지역에서 공급을 늘려왔기 때문에 유가는 장기적으로 상승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OPEC은 앞으로 전 세계 석유 수요가 꾸준히 증가해 하루 기준으로 올해 9,280만배럴에서 2020년 9,740만배럴, 2040년에는 1억1,000만배럴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OPEC은 이번 보고서에서 그동안 고수해왔던 원유 생산량 유지 전략을 수정할 가능성도 시사했다. 보고서는 2019년 OPEC의 하루 원유 생산량이 3,060만배럴로 감소한다고 했는데 이는 지난 11월 OPEC이 기록한 3,170만배럴을 90만배럴 밑도는 수준이다. 이어서 OPEC은 이러한 생산량 감소가 일시적이며 2040년에는 다시 하루 4,070만배럴로 늘어나 시장점유율을 올해 33%에서 37%까지 높일 것이라고 자신했다.
하지만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장기적으로 국제유가가 올라갈 것이라는 전망은 에너지 패러다임 변화를 읽지 못한 구시대적 분석이라며 OPEC이 기대하는 대로 유가가 회복될 가능성이 낮다고 지적했다. OPEC은 보고서에서 2040년에도 화석연료가 전 세계 에너지 이용의 78%를 차지해 지금과 거의 변화가 없을 것으로 봤지만 애플·구글·테슬라 등 정보기술(IT) 공룡들이 막대한 자원을 전기자동차 같은 에너지 산업에 투자하는 상황에서 미래에는 신재생에너지가 석유 수요를 대체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텔레그래프는 "OPEC과 같은 산유국들의 카르텔은 이미 깨지고 있다"며 "신재생에너지의 개발로 OPEC은 '치명적인 위협'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파리 기후협정과 같이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 화석연료의 사용을 제한하는 국제사회의 협약도 OPEC이 기대하는 원유 수요 증가 전망을 흐리게 한다. 텔레그래프는 OPEC이 국제사회의 탄소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것으로 평가 받는 파리 기후협정이 가져올 에너지 산업의 변화를 석탄업계의 문제로 한정해서 보고 있다며 원유 시장으로 번질 리스크를 무시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