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사진)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KDB대우증권 인수와 관련,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부분이 다양해 상상 이상의 것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양사의 합병을 통해 탄생할 자기자본 7조9,000억원 규모의 대형증권사가 명실상부한 종합금융투자회사로서 해외 대체 투자를 확대하고, 해외 인수합병(M&A)에도 뛰어들어 글로벌 투자은행(IB)들과 경쟁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지도 나타냈다.
지난 22일 밤 박 회장은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미래에셋증권과 대우증권의 결합을 통해) 할 수 있는 게 너무 많다. 상상하는 수준을 뛰어넘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 이뤄지지 않은 시점에서 이뤄진 통화였던 까닭에 매우 조심스럽게 얘기를 풀어놓았다. 하지만, 박 회장은 “상상 이상”이란 단어를 여러 차례 언급하며 대우증권 인수를 통해 국내 금융투자업의 통념을 바꿀만한 변화를 이끌어 낼 것임을 시사했다. 미래에셋증권은 대우증권 매각의 본입찰에서 2조4,000억원 가량의 최고가를 제출한데 이어 정성평가에서도 1위를 차지한 것으로 확인돼 이변이 없는 한 24일 발표 예정인 대우증권의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97년 증권사 임원 자리를 박차고 나와 미래에셋창업투자와 미래에셋자산운용을 창업, 금융투자업계의 판도를 흔들어 놓았던 ‘승부사’의 시선은 이제 국내를 넘어 글로벌로 향하고 있다. 박 회장은 “글로벌 IB들처럼 자기자본(PI)투자를 확대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해외 M&A딜에 직접 지분을 인수하는 등 상상 이상으로 사업 영역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미래에셋증권이 산업은행에 제출한 대우증권 인수 후 사업계획에 따르면 주요 해외 M&A 주관, 투자자에게 균형있는 포트폴리오 제시 및 자기자본 투자 확대 등을 세부 과제로 제시했다. 이미 증권, 운용을 포함해 미래에셋은 세계 11개국 17개 법인을 유지하고 있으며, 해외 32개국에 금융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경우 글로벌 운용자산 86조원 가운데 해외현지에서 판매된 금액이 11조원에 이른다. 박 회장은 미래에셋이 보유한 글로벌 네트워크와 함께 해외투자사업의 강한 면모를 보여온 대우증권 네트워크를 합치면 글로벌 IB들과 진검 승부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대우증권 역시 9개 국가에 현지법인 9곳과 사무소 3개를 설치해 403명의 인력을 파견해 해외 네트워크면에서는 국내 증권사 가운데 선두권을 차지하고 있다.
아울러 박 회장은 “IB뿐만 아니라 자산관리(WM)사업 부문에서도 시너지 창출력이 높다”고 설명했다. 리테일 부문에서 강점을 지닌 대우증권과 자산관리부문에 특화된 미래에셋이 결합하면 국내외 WM시장에서도 독보적인 입지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한편 박 회장은 대우증권 노동조합 등에서 우려하고 있는 구조조정 문제에 대해 “미래에셋증권과 대우증권은 중복되는 사업부문이 없다고 본다. 각각 장점이 있는 부분을 최대화 시키는 과정에서 화학적인 결합이 빨리 이뤄질 것”이라며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다”고 강조했다. /송종호기자 joist1894@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