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韓·中·日 바둑 영웅전] 다시 강인한 빈삼각

제6보(73~84)



흑73의 뭉툭한 빈삼각. 이세돌이 보여준 두번째 빈삼각이었다. 18급 초심자의 행마 같은 이 빈삼각이 흑으로서는 최선의 행마였다. 이 평범한 행마를 생중계실의 조한승은 예측하지 못하고 있었다. 언제나 모양 좋은 행마를 추구하는 조한승의 머릿속에는 이 뭉툭한 빈삼각이 들어 있지 않았던 것이다. 이렇게 되면 백74 이하 77은 외길수순이다. 흑77이 놓인 시점에서 박영훈의 고민이 시작되었다. 그는 여기서 16분의 시간을 썼다. "무얼 생각하는 것인지 모르겠네. 무조건 머리를 내밀고 봐야 할 것 아닌가?"(서봉수) "그 다음을 읽고 있는 것이겠지요."(목진석) 복기 때 박영훈은 자기가 고민한 내용을 털어놓았다. 그것이 참고도1의 백1 이하 흑10까지었다. 이 코스는 백이 견디기 어렵다. 하변의 백진이 우그러질 뿐만 아니라 우변 백대마의 장래도 불확실한 것이다. 고민 끝에 박영훈은 실전보의 백78로 아랫도리를 단속하는 너무도 굴욕적인 결정을 내렸다. 흑79와 81로 출구가 봉쇄되었지만 백80으로 어쨌든 목숨만은 건지게 되었다. 흑으로서도 79로 참고도2의 흑1에 차단할 수는 없다. 우하귀의 뒷맛이 사라진 터이므로 이제는 백도 2로 올라서서 강하게 싸울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상대의 가랑이 밑을 기어서 통과한 한신이 생각나는군."(서봉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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