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주인공을 방해꾼으로 만든 행사

서울디지털단지에 입주한 중소기업 대표들이 정기적으로 교류 확대를 위해 여는 경영자 포럼의 최근 행사는 어느 때보다 성황이었다. 이번 포럼은 지난달 말 개최된 무역의 날 행사에서 수출유공표창을 수상한 대표들에 대한 기념행사를 겸하는 자리여서 평소보다 더 많은 중소기업 관계자들이 참석해 잔치 분위기로 가득했다. 특히 2부 부대행사에서는 수출 유공자들 개개인이 올 한해를 되돌아보며 ‘한마디’를 하는 시간도 마련되는 등 행사 열기는 더욱 뜨겁게 달아올랐다. 고유가와 내수 침체로 힘든 상황에서도 역경을 이겨내고 수출로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는 한 중소기업 사장의 경험담은 많은 참석자들을 숙연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행사가 끝나갈 무렵 한 중소기업 사장의 이야기는 이날의 들뜬 분위기를 영하의 차가운 바깥 날씨만큼이나 싸늘하게 만들었다. 아니 참석자들 모두가 울분을 나타낼 만큼 격한 느낌을 갖게 했다. 이야기 주인공은 반도체 제조 업체의 K 사장. 그는 1,000만달러 수출의 탑을 수상하기 위해 무역의 날 기념식에 한명의 주인공으로 당당히 참석할 예정이었다. K 사장은 약간 들뜬 마음으로 삼성동 행사장 입구에 다소 늦게 도착했다. 그런데 정작 그는 행사장에 입장할 수 없었다. 입구에 있던 대통령 경호실 요원들에게 행사장 인원이 꽉 차서 들어갈 수 없다며 문전박대를 당했다는 것이다. K 사장은 “나는 오늘 수출의 탑 수상자라서 꼭 들어가야 겠다”고 했지만 대통령 경호실에서는 “대통령이 참석하는 VIP 행사로 절대 보안이 요구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며 단호히 거절했다는 것. ‘행사의 주인공이 오히려 방해꾼’으로 전락해버린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빚어진 것이었다. K 사장의 격앙된 표정은 포럼 참석자들마저 아연하게 만들었다. 참여정부의 경제ㆍ기업인에 대한 배려가 이렇게까지 한심한 것인지 몰랐다는 탄식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오는 듯했다. 포럼 행사가 끝나고 일어서는 기자에게 K 사장이 내뱉은 한마디는 너무 씁쓸했다. “약 주겠다고 불러들인 손님에게 병만 주는데 이 정부에서 무엇을 더 바랄 수 있는지 모르겠다. 내년에는 수출 의욕이 생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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