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7월 30일] 말 바꿔 신뢰 잃은 '다음'

지난 7월24일 다음의 e메일 시스템 장애 사고 관련 기자간담회장. 석종훈 다음 사장은 수 차례에 걸쳐 한메일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한메일 익스프레스에서는 이메일 노출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불과 이틀 뒤, 다음은 익스프레스에서도 장애가 발생했을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공지했다. 익스프레스 이용자의 불만이 접수되고 나서야 말을 바꾼 것이다. 다음의 말 바꾸기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사고 당일인 7월22일 다음은 메일 목록이 다른 이용자에게 노출되기는 했지만 내용은 보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역시 2일 뒤 번복된다. 기자간담회장에 나타난 석 사장은 이용자 신고를 확인한 결과 메일 내용의 노출도 있었다며 기존 입장을 뒤집었다. 다음은 지난해에도 해킹으로 인한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수개월씩이나 ‘쉬쉬’하다 발각돼 빈축을 사기도 했다. 메일 노출 원인이 프로그램 버그든 해킹이든 간에 개인정보 유출은 그 자체로 심각한 일이다. 그렇게 새나간 정보가 보이스피싱 등 또 다른 2~3차의 피해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보다 훨씬 더 큰 문제는 수시로 말을 바꾸는 다음의 무책임한 행태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피해 정도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면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한 대책을 세우기가 힘들다. 또 심리적으로도 불안에 떨 수밖에 없다. 이런 사용자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책임회피에 급급한 다음의 도덕적 불감증은 어떤 형태로든 용서 받을 수 없는 일이다. 다음의 해명처럼 신속하게 상황을 알리려다 보니 모든 문제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다 치자. 그렇다면 적어도 ‘그런 피해는 없었다’고 단언하지 말았어야 했다. 다음 측에서 손해를 볼 수 있는 상황은 일단 회피하고 이용자 불만이 접수되고 난 후 ‘확인 결과 이랬다’는 식의 태도는 사건을 은폐ㆍ축소하기 위한 술책으로 비쳐질 수밖에 없다. 경위야 어찌 됐던 이제 남은 과제는 재발 방지 대책과 피해자 보상이다. 다음이 이번 위기만 넘기자는 식으로 알맹이 없는 대책을 내놓거나, 피해자 보상 과정에서도 피해 규모를 놓고 말 바꾸기를 되풀이한다면 이용자들은 더 이상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다음의 잃어버린 신뢰 회복을 거론하기는 아직 이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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