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8월 11일] 애플, 악플 그리고 언플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의 지난 1989년작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에서 4명의 주인공은 모두 거짓말을 한다. 이들은 모두 소통하기를 원하지만 거짓말을 반복하면서 자신만의 동굴에 갇히고 만다. 자신이 거짓말을 하는지도 모른 채 말이다.

애플 아이폰4의 국내 출시를 둘러싸고 매일 인터넷에는 각종 음모론이 넘쳐난다. 아이폰4 출시가 연기되자 '삼성전자가 KT에 압력을 넣었다'거나 '정부가 삼성전자를 위해 모종의 조치를 취했다'는 식의 '악플(악성댓글)'이 난무하고 있는 것이다. 급기야 방송통신위원회까지 해명에 나섰지만 음모론은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다.


논란의 중심에는 아이폰과 갤럭시가 있다. 이들은 서로를 '애플빠'와 '갤스족'으로 지칭하며 헐뜯기 바쁘다. 아이폰을 칭찬하면 애플빠, 갤럭시를 두둔하면 갤스족이 되는 식이다. 여기에는 한 치의 양보나 타협 없이 서로를 겨냥한 비방만 존재한다. 특정 제품을 사용한다는 이유로 '공공의 적'이 되는 희한한 관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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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 주무대는 스마트폰 관련 기사다. 각종 매체가 우후죽순처럼 쏟아내는 스마트폰 기사를 놓고 치열한 공방전을 벌인다. 공격은 삼성전자 갤럭시S를 다룬 기사에 집중된다. 애플에 부정적이거나 삼성전자에 호의적인 기사는 모두 '언플(언론 플레이)'로 치부된다.

영국 경제지 이코노미스트가 발표한 '세계 정보기술(IT) 경쟁력 지수'에 따르면 한국은 2008년 8위에서 지난해 16위로 추락했다. IT 주무부처의 실종과 정부 정책의 미비, 대기업 위주의 산업구조 등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IT 코리아'에 걸맞지 않는 국민의식 역시 적잖게 작용했음은 부인하기 어렵다.

지난달 국내 스마트폰 가입자가 300만명을 돌파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추세라면 올해 말 가입자 600만명도 무난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스마트폰이 늘어날수록 정작 우리에게 필요한 '스마트'를 찾아보기 어려운 것은 무슨 까닭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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