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목요일 아침에] 박근혜 대통령께 박수를 보낸다… 조건부로

고통 수반 불가피한 개혁이라면 군인·사학·국민연금도 한꺼번에

역대 정권보다 지지율 훨씬 높고 국민 공감하는 지금이 개혁 적기

공무원 집단 '마녀사냥'화는 곤란… 속도보다 부작용 최소화 주력해야


'지금 여기에서(now and here)' 박근혜 대통령께 박수를 보낸다. 어려운 길을 자처한 대통령이 반드시 성공하기 바란다. 공무원연금을 개혁하려는 박 대통령의 의지는 단호해 보인다. 박 대통령은 29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이미 20여년 전부터 적자의 심각성이 예견돼왔지만 역대 정부마다 근본적인 처방을 미루면서 오늘의 위기를 가져왔다"며 개혁안의 연내 통과를 위한 정치권의 협조를 요청했다. 개혁은 그만큼 어려운 과제다. "연금 개혁에 성공한다면 역사에 남을 대통령이 될 것"이라는 문희상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의 언급은 결코 의전적인 공치사가 아니다.


지극히 어려운 개혁에 나선 대통령과 정부를 지지하면서도 '조건부'라는 단서를 다는 것은 세 가지 이유에서다. 첫째 개혁의 성과가 기대에 못 미칠 수도 있다. 새누리당 내부에서 나오는 개혁안이 오히려 부담 증가를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을 심각하게 살펴야 할 때다. 두 번째 이유를 말하자니 쑥스러운 감이 없지 않다. '예전에 여기에서', 정확하게는 9년3개월 전 이 지면에 '김근태 장관에게 보내는 박수'라는 제하의 칼럼을 올렸었다. 국민연금 개혁을 위해 고군분투했던 김 장관은 결과적으로 실패하고 말았다. 정권의 인기가 바닥이던 시절 언론도 야당도 도와주지 않던 여건에서 개혁을 숙제로 남긴 채 그는 눈을 감았다. 가장 중요한 세 번째 이유는 공무원연금 개혁만으로는 온전한 박수를 받기에 부족하다는 점에 있다. 세 가지 조건이 충족되는 개혁을 성공시킨다면 박 대통령은 길이 기억될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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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쉽지 않은 과업이다. 공무원연금 개혁 하나만으로도 벅차다. 전국공무원노조는 이미 단체적 반발에 들어갔다. 속단하자면 공무원들이 집단행동에 나서도 정부와 여당의 개혁안의 승리가 유력하다. 적자 구조를 방치할 수 없다는 공감대가 매우 폭넓게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이 공무원연금과 같은 시간대에 개혁 대상에 포함돼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솔직하게 말해보자. 지금의 공무원연금 개혁에는 힘의 논리가 깔려 있다. 높은 지지도를 기록 중인 대통령과 여당이 갖는 개혁의 추동력은 국민적 공감대에서 나온다. 문제는 공무원 입장에서 보자면 국민적 공감대란 절대다수 비공무원의 소수 공무원에 대한 '마녀사냥'과 다름 아니다. 공무원들의 저항 논리는 부인할 수 없는 타당성을 갖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공무원들의 조직적 반발이 시작됐다면 개혁 코스트 역시 가시권에 들어왔다. 지금 개혁안이 영구적인 재정안정을 보장하지 않는 이상 몇 년 후면 또다시 개혁 논의가 나올 수도 있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사실상 다음 정권으로 미룬 국민연금 개혁에 있다. 수급 대상자가 많기에 국민적 혼란이 불 보듯 뻔하다. 그렇다고 국민연금 개혁을 마냥 미룬다면 청년 세대 이후의 장래는 없다. 부모 세대의 연금 지급을 위해 자식 세대가 희생하는 구조는 대한민국의 역동성은 물론 사회를 지탱하고 발전을 이끌어온 가치관을 파괴하는 것이다. 연금 개혁은 단순한 재정안정 대책 수준을 넘어선다. 북청 물장수처럼 물지게를 져서라도 자식의 미래를 위해 희생하는 가치관의 붕괴는 한국 사회의 소멸과 직결될 수 있다. 반드시 사전에 대처해야 한다.

박 대통령이 진정으로 근본적인 처방을 원한다면, 김무성 대표가 자신의 말대로 "다음 선거에서 손해를 보더라도 미래 세대의 행복을 위해 십자가를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공무원연금뿐 아니라 군인·사학연금에 국민연금까지 포괄하는 '그랜드 연금 개혁'이 필요하다. 정부 여당이 힘을 갖고 있으며 국민들이 개혁을 지지하는 지금이야말로 더없는 적기다. 조건부가 아닌 온전한 박수를 보내고 싶다. 당장 행하시라. '지금 여기에서'. /권홍우 논설위원 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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