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복지 전향적 확대… 내용은 野와 차별화

■ 취약계층 근로자 3대 보험료 지원

"좌클릭을 걱정하며 우유부단하게 가다 야당에 정권을 넘기면 더 큰 좌클릭이 일어난다."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29일 당정청 오찬회동에서 정부와 청와대를 향해 이렇게 외쳤다. 민주당의보편적 복지담론이 민심을 얻고 있는 듯한 요즘 상황에 대한 여권의 위기감을 그대로 반영한 외침이다.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 이후 겉으로 여권은 "사실상 승리했다(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며 겉으로는 당당했으나 속으로는 복지좌표를 어디에 둬야 할지 우왕좌왕하는 모습이다. 증세 없는 복지 확대를 바라는 민심은 이번 투표를 통해 확인했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민주당식 보편복지를 따라 할 수도 없는 것이 한나라당의 딜레마였다. 결국 이날 오찬에서는 복지를 확대하면서도 내용은 민주당과 차별화해야 한다는 여권의 해답을 내놓았다. 정규직을 포함한 저소득 근로자에게 4대 보험 지원 예산을 투입하는 대책은 그런 고심 속에 나온 묘안인 셈이다. 우선 가장 완강하던 정부부터 복지 확대에 전향적으로 돌아섰다. 4대 보험 가입 대상 확대는 지난 2008년부터 한나라당이 줄기차게 주장해왔지만 예산 지원은 정부가 계속 반대해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4대 보험은 정부의 내년 예산 지원 쪽으로 보고 있다(당정청에 참석한 청와대 관계자)"면서 태도를 바꿨다. 당정청은 4대 보험 혜택의 폭도 상당히 넓혔다. 비정규직뿐만 아니라 영세사업장에서 4대 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던 정규직까지 지원하면서 단순한 노동대책이 아니라 복지 사각지대를 줄이는 취약계층 대책으로 개편했다는 게 한나라당 측의 설명이다. 복지 혜택을 입는 사람 숫자를 대폭 늘려 선거를 앞두고 표심을 확보하려는 정무적인 포석이 깔려 있는 셈이다. 대ㆍ중소기업 상생에서도 당정청의 보수성향 탈피 움직임이 나타난다. 삼성이 손을 뗀 소모성자재구매대행(MRO) 업체 아이마켓코리아 인수에 국책은행인 기업은행과 산업은행이 중소기업중앙회와 함께 나설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대기업의 잇단 MRO사업 포기를 측면에서 압박한 여권이 일종의 MRO공기업을 만드는 모양새다. 이 경우 대중소 상생이라는 명분도 살리고 외국계 자본에 되팔리는 우려도 해소할 수 있다. MRO 대책에 대해 한나라당은 무상급식 주민투표 이전 정부의 직접 개입에 부정적인 입장이었으나 선거 뒤 분위기는 전혀 달라졌다. 다만 여권 내부에서는 주어진 총알을 총선에 우선 쓰자는 당과 대선을 생각하자는 정부와 청와대 간 힘겨루기 양상도 보인다. 한나라당 내에서는 대학 등록금 부담 완화, 감세 논란 등에서 한층 선명한 친서민 정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으나 국정운영 책임을 지닌 여권은 야당만큼 전폭적으로 지원을 약속할 수 없는 입장이다. 또한 복지 확대에 따른 증세를 우려하는 중산층 이상 유권자의 요구도 받아줘야 한다. 한나라당이 각종 친서민 대책의 결론을 내놓기로 공언한 8월 말, 9월 초를 맞아 이래 저래 여권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