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마저 불안…자신감 상실이 더 심각" ■ 대기업 CEO 122명 설문유가급등·환율하락·中점유율 확대등 현실화"영업익 감소" 62%… "20% 급감"도 15%나"내수 침체 지속땐 5% 성장은 딴나라 얘기" 김현수기자 hskim@sed.co.kr 민병권기자 newsroom@sed.co.kr "솔직히 하반기 수정된 목표 달성도 힘듭니다. 직원들 보너스도 줄여야겠죠. 정 안되면 해외법인의 이익을 본사로 가져올 계획입니다."(이종철 한국타이어 경영지원본부장) 지난달 초 기업설명회를 가진 한국타이어의 이 본부장은 좌불안석이었다. 당초 2조1,595억원으로 계획했던 매출목표를 460억원 줄인 2조1,135억원으로, 영업이익은 643억원이 줄어든 1,967억원으로 발표해야 했기 때문이다. 122개 기업 최고경영자(CEO)들 중 73.8%가 올해 경영목표 달성이 어렵다고 전망할 정도로 기업들이 바짝 몸을 낮추고 있다. 이번 조사 결과 올 초 볼 수 있었던 낙관적인 자세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상반기 내수회복 기대감도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오히려 경기회복의 예상시기를 내년 하반기 이후로 멀찌감치 늦춰 잡는 등 기업들의 경기 전망이 시간이 갈수록 불투명해지고 있다.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수출에 의존하는 절름발이 성장'마저도 환율하락과 유가급등 등 대외변수의 영향으로 피로감을 느끼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주요 대기업들은 환율하락과 유가급등으로 수출 채산성이 악화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현상 대한상공회의소 조사1본부장(상무)은 "내수보다는 수출 비중이 높은 대기업들이 느끼는 경기흐름이 이 정도라면 중소기업들이 느끼는 내수 체감경기는 최악의 상황일 것"이라고 말했다. ◇5% 성장은 딴 나라 목표=정부가 최근 "자동차 파업 등 단기적인 요인으로 경기상황이 나빠졌을 뿐 5% 성장이 가능하다"고 호언 장담했지만 주요 기업들의 체감경기는 마이너스인 상황이다. 그나마 목표치 이상의 매출을 달성할 수 있다고 답한 기업들 가운데 56.7%는 "수출 덕분에"라고 답했고 43.3%는 "제품단가 상승으로"라고 답했다. 경영실적 악화의 핵심인 내수시장은 기업들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응답이다. 이번 조사에서 기업들은 매출 목표 달성은 고사하고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감소할 것(62.3%)"으로 전망했다. 특히 "영업이익률이 지난해보다 15~20%포인트나 떨어질 것(14.8%)"으로 우려했다. 연간 5%의 성장률 달성이 가능한 만큼 올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수정할 필요가 없다는 정부 관계자들의 시각과는 완연히 대치된다. 한 대기업 재무담당 임원은 "내수시장에 기대를 할 수 없는 만큼 수출시장 확대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내수시장은 현상 유지만 해줘도 다행"이라고 말했다. ◇수출채산성 악화 우려 현실로=이번 조사에서 CEO들은 내수침체뿐 아니라 '수출 감소'도 경영실적 관리가 불가능하게 만드는 요소라고 인식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와 상반기 기업들이 수출 증가가 버팀목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빗나가고 있는 것이다. 화학업종의 한 관계자는 "유가급등에 환율하락이란 이중고가 겹치는데다 최대 수출국인 중국 시장에서 중국기업들의 시장 점유율이 확대되며 수출마저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의 수출에 가장 영향을 미치는 환율에 대해 CEO들 대부분은 "900원대 중반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일부 CEO들은 "추가 하락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비관했다. 특히 환율하락으로 영업이익이 감소하는 등 직접적인 피해를 입고 있는 기업들은 해외생산기지 확대 등 적극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이현석 상무는 "정부가 환율을 인위적으로 방어할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 완급 조절 기능을 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신감 상실한 기업=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멀어지며 기업들이 자신감을 잃고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로 나타났다. 기업들의 체감경기가 급속히 나빠진 상황에서 공격적인 투자는 물론 일자리 창출도 어렵다. 영업이익률 급감에 대한 대책을 묻는 질문에 CEO들은 우선 인건비 등 각종 비용을 줄여가겠다고 답했다. 비용절감 노력을 펼치는 상황에서 신규채용을 확대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결론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경기하락은 중소기업과의 상생경영에도 악영향을 미치며 도미노식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전망된다. '영업이익을 어떻게 회복시키겠느냐'는 질문에 대해 15.9%의 기업은 "협력업체에 대한 납품가격 인하를 요청하겠다"고 답했다. 대기업의 실적악화가 중소기업으로 이전되는 현상이 현실화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김범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국제유가ㆍ환율 등 대외 여건이 나빠진데다 민간소비와 설비투자 등이 주춤해지면서 기업들이 경기회복에 대해 연초에 가졌던 자신감을 급속히 잃어버리고 있다"고 말했다. 입력시간 : 2006/09/05 17: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