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도 `사스`(SARSㆍ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추정환자가 처음으로 발생, 나라 전체가 초비상이다. 드디어 올 것이 온 셈이다. 한국은 그 동안 사스의 안전지대로 분류됐으나 중국에서 귀국한 내국인이 추정환자로 병원에 격리 수용되면서 사스는 이제 발등의 불이 된 것이다. 경제에도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돼 정부나 기업, 모두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특히 이번 주에는 중국에 유학중인 우리 학생들이 대거 돌아 올 것으로 보여 사스의 최대고비가 될 전망이다. 그렇지 않아도 바닥을 기는 경기가 사스 추정환자 발생으로 꽁꽁 얼어붙지나 않을까 걱정이다.
5월은 관광업계에겐 황금의 계절이다. 일본의 `골든 위크`(4월말~5월5일)에 겹쳐 국내도 노는 날이 많아 최대의 성수기다. 금년에는 평년 대비, 외국인 관광객이 큰 폭으로 줄었지만 사스의 안전지대라는 이점 때문에 일본인들이 어느 정도 한국을 찾았다. 그런데 `복병`이 불거지면서 찬물을 끼얹은 것이다. 서울시내 특급호텔의 경우 예년 이맘때 같으면 거의 100%에 가까웠을 객실율이 요즘에는 60%대로 떨어졌으며 그나마도 예약취소가 줄을 잇고 있는 실정이다. 사정이 나은 제주도도 이번 사태로 걱정이 태산이다. 연휴기간 예약이 한달 전에 끝났지만 안전성을 묻는 전화가 끊이질 않고 있다는 것이다.
유통업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외환위기 이래 가장 어려운 상황을 맞고 있는 유통업계는 내ㆍ외국인의 발길이 뜸해지면서 황금특수에 대한 기대를 아에 포기했다. 더욱이 사스가 호흡기 질환이라는 점에서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인 유통업계는 이번 사태를 최악의 시나리오로 보고 있다. 여행업계의 타격도 크다. 인 바운드ㆍ아웃 바운드가 대형업체를 제외하고선 거의 올 스톱 상태며 이대로 가다가는 줄 도산 가능성도 우려된다는 것이다.
사스가 미치는 피해는 경제전반에 걸쳐 드리워져 있지만 직격탄을 맞은 곳은 아무래도 관광업계일 것이다. 관광업은 전 산업 가운데서 부가가치가 가장 높다는 점에서 관계당국이 관심을 갖고 지켜 보아야 할 대목이다. 세계의 3대 신용평가 기관 중 하나인 피치가 사스로 올해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포인트 하락할 것이라고 경고한 것은 소비지출 반응에 기초하고 있다. 그만큼 관광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는 뜻이다.
정부는 사스 추정환자 발생과 관련, 슬기롭게 대처해야 한다. 초기 대응을 강화해야 하고 추정환자가 진성으로 판가름 날 경우 곧 바로 국민들에게 알려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베트남은 벤치마킹이 될 수 있다. 국제보건기구(WHO)가 베트남에 대해 격찬을 아끼지 않은 것도 투명성과 대응 방법이다. 사스의 퇴치는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힘들다. 국민들도 정부조치에 적극 협력해야 한다.
<강동호기자 easter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