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2~3세 선단떠나 '독립경영' 러시
정부 재벌해체 요구에 국내외 환경 급변따라
주요 그룹들이 '선단식 그룹체제'에서 '계열분리'와 '독립경영'으로 급속히 벗어나고 있다. 오래전부터 그룹분할을 추진해온 현대, 한진 등 대형 기업들은 형제간의 분할 및 독립경영 체제를 구축했다.
이어 최근들어 동국제강이 창업자의 2세 및 동생간의 계열분리를 완료, 제갈길을 가고 있으며, 동양ㆍ대성 등 여러그룹들이 독립경영으로 분할을 준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주요그룹들은 대형 기업연합 형태에서 2~3세들의 분할ㆍ독립경영 체제의 '소형다기업'으로 분리가 급진전되고 있다.
이는 정부의 '재벌해체'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재계가 적극 수용하는 한편 급변하는 21세기 경영여건에 맞추기 위해 기업 스스로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또 재벌의 재벌그룹의 분할ㆍ독립경영은 올해 재계 인사의 두드러진 특징으로 꼽히는 오너들의 경영전면 진출과 맥을 같이해 관심을 끌고있다.
◇동양
두 사위인 현재현 회장과 담철곤 부회장의 상호 지분이동으로 계열분리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동양 관계자는 "지분확대가 사업을 펼쳐 나가는데 서로에게 유리하다는 판단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계열분리까지는 염두에 두지는 않았다"며 "독립경영을 하자는 차원으로 해석해 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사실상의 독립경영 체제를 유지해왔기 때문에 계열분리를 시간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재계 관계자들은 "두 사람의 '지분 몰아주기'는 궁극적으로 각자 분리독립을 위한 길 닦기 작업"으로 보고있다.
◇현대
현대는 크게 차남인 정몽구 회장과 5남인 정몽헌 회장, 6남인 정몽준 고문이 3분하는 구도로 분할이 급진전되고 있다.
정몽구 회장은 지난해 9월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 인천제철 등의 경영권을 갖고 그룹에서 분리했다.
정몽헌 회장은 그룹의 모태인 건설과 전자, 상선, 고려산업, 현대아산, 택배, 종합상사 등을 맡고 있다. 현대전자는 올 상반기까지 분리, 독립경영을 하게 된다.
정몽준 고문이 경영권을 갖고 있는 중공업은 올 연말까지 현대에서 계열분리해 중공업과 미포조선, 울산종금 등이 소그룹을 형성할 전망이다.
아직 몽헌씨 계열의 상선이 중공업의 최대주주(12.46%)로 있고, 몽준씨 계열의 중공업이 고려산업개발 지분(29.57%)을 갖고 있는 등 형제간 지분정리가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
◇대성
김수근 명예회장이 지난해말 경영에서 물러나면서 그룹 계열사들을 분할했다. 장남인 김영대 회장이 그룹을 대표하면서 모기업인 대성산업 등을 맡았고, 차남인 김영민 회장은 서울도시가스, 3남 김영훈 대성산업 사장은 대구도시가스 계열사 등을 이끄는 3자 분할 구도를 갖추었다. 그룹측은 "당분간 2세들의 연합경영 체제로 운영되겠지만 결국 분할하게 될 것"으로 밝히고 있다.
◇동국제강
창업자인 고 장상태 회장의 장남인 장세주 사장이 동국제강 계열 5개사를, 장 회장의 막내 동생인 장상돈 회장이 한국철강계열 5개사를 맡아 그룹을 양분했다.
이를 위해 동국제강은 한국철강에서 보유하고 있는 연합철강 주식 5만5,000주를 매입하고 한국철강 주식 182만주를 매각해 지분정리를 마무리했다. 조선선재는 장 회장의 조카인 장세명 사장이 경영권을 확보, 독자기업으로 계열분리 할 예정이다
이밖에 LG그룹은 창업주인 구씨와 허씨간의 역할분담이 사실상 끝내고 또다른 '독립'을 추진하고 있다. LG는 구본무 회장을 비롯 3남인 구본준 LG필립스LCD 사장 등 구자경 명예회장 쪽과 구태회(구인회 창업주의 동생) 고문 집안간에 어떻게 지분정리를 할지 관심을 끌고있다.
또 한진은 조중훈 회장의 4형제가 항공, 건설, 해운, 금융 등으로 역할 분담을 마무리 지은 상태다.
임석훈기자 shim@sed.co.kr 한운식기자 woolsey@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