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자산등 장부價 계산 편법운영『46조원에 달하는 국민연금 기금, 이 돈이 어떻게 운용되고 있는지를 모두가 알 수 있는 투명성의 담보가 문제다』
국민연금 가입자 1,000만명이 연금기금 운용에 대해 한결같이 목청을 높이고 있는 말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민연금 운용기금은 총 46조9,923억원. 이 엄청난 규모의 돈이 도대체 언제 어디에 어떻게 쓰이고, 이익은 어떻게 해서 얼마를 내며 또 IMF란 격랑을 겪으면서 부실채권은 얼마나 발생했는지 등을 당국이나 연금공단이 속시원히 밝힌 적이 한번도 없었다.
이 때문에 연금가입자들이나 전문가들의 국민연금에 대한 갖가지 의혹과 제도자체에 대한 불신은 계속 커지고 깊어져 왔던 원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당국이나 연금공단측은 부실자산이나 주식수익률 등을 시가(時價)가 아닌 장부가로 계산하는 식의 편법으로 기금운용을 통해 진짜 얼마만큼의 이익과 손실을 났는지 전문가들 조차 명확히 분석해낼 수가 없었다.
이에따라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국회의원들도 『대우관련 부실채권과 주식보유 규모가 2,738억원에 달한다』며 『대우채권 뿐만 아니라 위험률이 높은 투기성 상품인 초단기금융상품(MMF) 운영실수로 1조5,000억원이 부실자산화 된 상태』 등을 거세게 따진 바 있다.
당시 몇몇 연금전문가들은 『연금공단이 명백한 31개 부실업체 주식을 매수하는 바람에 이들 업체에 대한 투자손실이 860억원에 이르렀다』며 『연금공단이 퇴출 금융기관에 묶여 회수하지 못하고 있는 기금이 5,286억원에 달하고 지난해에도 598억원의 손실을 보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당시 김홍신(金洪信·한나라당)의원은 『연금공단 기금운용부에 근무하던 직원 3명이 자신의 자금으로 특정주식을 매수한 다음 막대한 연금기금을 동원, 그 주식을 대량매수하는 식으로 주가를 끌어올리는 주가조작을 시도하다 공단측에 100억원대의 손해를 입힌 사실이 있다』고 질타하기도 했다.
국회의원들의 폭로나 지적사항에 대한 진위여부를 떠나 그만큼 연금기금은 주인몰래 운용이 되면서 국민연금 제도 자체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을 키워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주식투자도 문제다. 정부는 툭하면 연금기금을 동원, 주가 떠받치기에 나서도록 하겠다고 운운해 가입자들의 불만을 사왔다. 연금공단이 지난해 말 주식에 투자한 금액은 시가기준으로 3조원 규모. 당시는 종합주가지수가 1,000 포인트가 상회했으나 현재 주가는 700선으로 밀려 그 손실률도 최고 50% 이상인 종목도 수두룩할 것이란 점도 제기되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해 연금공단 김선영(金善永) 기금이사는 『국민연금기금 중에서 32조원을 재경부 공(公)자금으로 예탁하고 나머지 17조원을 직접 운용하고 있다』면서 『운용중인 17조원 중에는 안전성에 문제가 없는 국채 및 공사채 매입분이 90%를, 나머지 10%만 주식에 운용중』이라고 밝혔다.
김이사는 『회수가 가능한 부실채는 2,000억원으로 추정되며, 대우채 매입으로 입은 손실은 100억원에 불과하다』면서 『초단기금융상품 운영실수로 1조5,000억원의 손실을 입었다는 것은 사실무근』이라고 말했다.
김이사는 『주식투자분의 경우 시장상황이 좋지 않아 손실을 보고 있으나 아직은 12% 정도의 평가익을 내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주식투자로 인한 국민연금의 손실은 발생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국민연금은 말 그대로 국민들이 내는 자금이기 때문에 모든 것이 투명하게 운영되어야 한다』면서 『별도의 국민연금 감시기구를 발족, 감시활동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상영기자 SANE@SED.CO.KR
박상영기자SANE@SED.CO.KR
입력시간 2000/05/03 1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