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자본시장 새패러다임을 찾아서] 말레이시아 '타임엔지니어링'

화제의 기업은 쿠알라룸푸르 증권거래소에 상장돼 있는 「타임 엔지니어링」. 이 회사는 원래 광섬유를 제조하는 기업으로 지난해말 까지만해도 11억8,000만달러에 달하는 부채를 떠안고 부도위기에 몰려있었다. 채권자들의 법정소송이 잇따랐고 경쟁사들의 인수제의도 끊이질 않았다.99년 12월 쿠알라룸푸르에도 인터넷 열풍이 상륙한다. 타임 엔지니어링의 할림 사드 사장은 정치적 인맥이 두터운 기업가로 인터넷 주식의 위력을 눈치빠르게 감지하고 타임 엔지니어링의 자회사중 하나인 타임 텔레커뮤니케이션의 사명을 타임닷컴(TIME.COM)으로 바꾼다. 그리고 타임닷컴을 말레이시아 최고의 종합 정보통신업체이면서 멀티미디어 업체로 성장시키기 위해 투자자를 물색하고 있다고 발표한다. 그 즉시 타임 엔니지어링의 주가는 치솟아 한주만에 62%나 급등한다. 회사측에서는 때마침 타임닷컴을 가급적 빨리 주식시장에 상장할 계획이라는 호재를 시장에 흘린다. 이렇게 되자 타임 엔지니어링의 채권자들은 자신들의 채권과 타임닷컴 주식을 맞교환하는 부채-주식 교환협정을 맺자고 아우성을 치기 시작한다. 타임 엔지니어링은 부도위기에서 간단하게 벗어난 것이다. 싱가포르 SG증권의 정보통신 담당 애널리스트인 아니스 우르 라만은 『인터넷 비즈니스에서 그 기업이 돈을 벌어들이느냐는 큰 문제가 아니다』라며 『투자자들은 「기업이 무슨일을 하든 관계없으니 정보통신관련 기업 4종목만 소개시켜주면 된다」고 떼를 쓴다』고 말했다. 동남아 국가에서 인터넷 주식 열풍은 단순히 인터넷 기업이라는 간판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측면도 있다. 타임 엔지니어링의 경우는 이 회사 사장의 정치적 배경도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타임의 경영자가 정치권과 깊은 관련이 있기 때문에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쉽게 받아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주가상승에 기여를 했다는 것이다. 싱가포르 GK증권사의 챤드라 카티카씨는 『말레이시아 은행들은 정치적 위험을 감수하고 타임 엔니지어링을 문닫게 할 능력이 없다』고 말했다. 타임닷컴은 엄밀히 말하면 인터넷 관련주가 아니라 폴리티칼 관련주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싱가포르=정명수기자ILIGHT3@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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