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권력과 자본에 희생당한 한 인간의 비극 '보체크'

내달 14일 LG아트센터서 오페라 국내 초연


오페라가 처음 햇빛을 본 것은 지금부터 꼭 400년전인 1607년. 이탈리아의 작곡가 몬테베르디(1567~1643)가 만토바 궁정에서 그리스 신화를 바탕으로 한 첫 오페라 ‘오르페오’를 선보인 것. 그저 가곡이나 기악곡에 익숙했던 귀족들에게 이야기가 있는 음악극 ‘오르페오’는 신선함 그 자체였다. 선풍적인 인기를 끈 오페라는 모차르트, 베르디, 푸치니 등 거장 작곡가 손을 거치면서 클래식 최고 인기 장르로 자리 잡았고 1925년에는 현대 오페라의 신기원으로 불리는 알반 베르크(1885~1935)의 ‘보체크(Wozzeck)’가 무대에 올려졌다. 오페라 효시 ‘오르페오’의 경우 지금도 유럽 주요 오페라 극장에서 종종 공연되지만 ‘보체크’는 여간해서는 무대에 올려지지 않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모차르트나 베르디 오페라에 비하면 주제가 무겁고 불협화음만으로 이뤄진 노래들로 채워져 클래식 초보자들 귀에 친숙하지 않기 때문. 400년 된 오페라 오르페오에 비해 20세기 초에 작곡된 오페라가 대중들에게 더 낯설게 느껴지는 것은 역설적이지만 오페라 역사로 따지면 알반 베르크의 보체크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다. 바로 이 현대 오페라 ‘보체크’가 6월14~17일 LG아트센터에서 국내 초연된다. 국립오페라단이 국내 무대에는 좀처럼 소개되지 않는 작품 위주로 고른 ‘마이 넥스트 오페라’ 시리즈의 첫 작품이기도 하다. 현대 음악의 거장 알반 베르크의 대표작이기도 한 보체크는 독일 작가 게오르크 뷔히너(1813~1837)가 1837년 쓴 희곡을 대본으로 삼았다. 몇 푼의 돈을 더 벌기 위해 의학 실험 대상이 될 정도로 가난한 군인 보체크는 애인 마리가 군악 대장의 유혹에 빠지자 그녀를 살해하고 자신도 물에 빠져 죽는다. 1821년 6월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자신의 애인을 살해한 보이체크라는 인물이 공개 처형된 실화를 바탕으로 권력과 자본에 의해 희생당하는 한 인간의 비극을 묘사했다. 지휘자 정치용, 연출가 양정웅, 무대미술가 임일진 등 지난해 무대에 올려져 주목을 받은 국내 창작 오페라 ‘천생연분’에 참여했던 이들이 다시 뭉쳤다. 현대무용가 홍승엽이 안무를 맡았다. 바리톤 오승용, 김종화가 주역 보체크를 담당하고 메조소프라노 김선정, 소프라노 이지은이 여주인공 마리를 맡았다. 테너 임제진, 김경여가 군악대장으로 출연하고 테너 이인학, 황태율, 베이스 함석헌, 김진추도 무대에 오른다. 연주는 TIMF앙상블이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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