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평양 시민들 "난방 안되는 집보다 지하철역이 따뜻"

노인 등 북적… 전력난으로 아파트 전기난방 올스톱<br>김정일 "베란다 비닐창 철거" 지시했다가 거센 역풍

전기로 물을 데워 난방을 하는 평양의 아파트 주민들이 극심한 전력난과 30년만의 한파를 이겨내기 위해 방에 소형 구들장ㆍ널마루ㆍ비닐하우스를 만들거나, 덜 추운 지하철역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열린북한방송이 8일 전했다. 방송에 따르면, 평양 소식통은 "지난 1990년대 이후 지은 평양의 아파트는 벽에 난방시설이 있기 때문에 구들장이 없다. 대부분의 아파트는 전기로 온수를 데워 난방을 하는데 전력난으로 하루 1~2시간 쓸 수 있던 전기를 공급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하루 1~2시간 쓰던 난방용 전기도 끊겨= 일부 주민들은 침대 크기의 구들장과 연통을 방에 따로 만들고 아궁이에 땔감을 넣어 불을 지핀다. 차가운 바닥에서 전달되는 냉기를 피하기 위해 바닥에 각목을 대고 그 위에 약 2cm 두께의 나무판자를 이어 3~4명 정도가 잠을 잘 수 있는 널마루를 만들어 생활하기도 한다. 임산부 같이 움직이기 힘든 사람들을 위해 방에 비닐하우스를 만들어놓고 부엌에서 무연탄ㆍ땔나무 등으로 끓인 물주전자를 이불로 덮어 2~3시간 정도 온기가 유지된다. 중국ㆍ러시아 등을 왕래하는 가정에서는 주전자 대신 고무 주머니를 사용하기도 한다. 60~70대 노인 중 움직일 수 있는 사람들은 집이 너무 춥기 때문에 아침에 먹을 것을 조금 챙겨 지하철역에서 시간을 보낸다. 평양의 지하철은 최소 지하 100m 깊이에 위치하기 때문에 난방을 하지 않아도 그렇게 춥지 않다. 지하철이 운행을 시작하는 새벽 5시부터 밤 11시까지 머물 수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최근 시내를 시찰하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아파트 베란다 바깥쪽에 비닐이나 규격이 제각각인 유리창으로 방한조치를 한 것으로 보고 "토끼집처럼 보인다. 외국인들이 세계 문명의 도시, 평양을 와 보고 얼마나 웃겠는가. 당장 제거하라"고 지시했다가 역풍을 맞았다. ◇알루미늄색 페인트칠 나무 창틀로 후퇴= 평양 아파트 베란다는 김정일화 등의 화분을 놓을 수 있게 벽돌을 가슴 높이로 쌓고 창틀을 설치하지 않았다. 하지만 전기 사정이 안좋아 난방이 잘 되지 않자 여유있는 주민들은 플라스틱 창틀을 달고 유리를 끼웠고, 그럴 형편이 안되면 나무 창틀에 비닐을 덧댔다. 유난히 추운 날씨에 이런 지시가 내려오자 주민들은 "최근 몇 년 동안 난방도 안되고 땔감을 자체 해결하는 것도 힘든데 얼어 죽으라는 것인가"라며 불만을 쏟아냈다. 주요 도로변 아파트에 한해 같은 규격의 유리를 공급할테니 미관상 좋지 않은 나무 창틀 대신 알루미늄 창틀로 바꾸라는 중앙당의 후속 지시도 ‘아이보다 배꼽이 더 크다(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는 반발에 부딪쳐 창틀의 넓이ㆍ길이만 통일하고 나무 창틀에 알루미늄색 페인트칠을 하는 것으로 변경됐다. 소식통은 "계속된 식량난과 경제난의 악순환 속에서 겨우 참고 견디는 북한 주민들의 인내심이 이제는 작은 충격으로도 터질 수 있는 지경"이라면서도 "옛날 같으면 조금만 불평해도 강제추방과 법적 조치가 있었지만 지금은 북한 당국도 주민들의 불평에 어느 정도 반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속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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