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 영양섭취와 운동부족 등으로 심각한 '배둘레햄'을 지닌 사람들이 크게 늘면서 다이어트가 생존의 문제로 대두되기까지 한다. 각종 TV 프로그램에서 적절한 다이어트와 운동으로 비만을 이겨내고 건강과 자신감을 되찾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연신 방영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시대적 조류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갈수록 수요가 커지고 풍부한 스토리텔링이 더해지면서 다이어트는 이제 우리 시대의 '아이콘'으로 확고하게 자리를 잡았다. 특히 생활 수준이 높고 도시화가 더 진행된 곳일수록 다이어트의 선호도 역시 높아지고 있다.
보통 사람의 1일 식사는 2,000㎉쯤의 에너지를 담고 있는데 이 2,000㎉를 제공하는 식품을 생산ㆍ가공ㆍ포장ㆍ수송하는 데 20만㎉가 소요된다고 한다. 생존을 위한 칼로리의 100배가 사용되는 것이다. 다이어트가 필요하기는 에너지 분야도 마찬가지인 셈이다.
얼마 전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전력 사용량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 1.7배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전력 낭비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했다. 더욱이 연일 계속되는 열대야로 잠 못 이루는 요즘 에너지 수급에 빨간불이 켜지고 에너지 문제는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됐다. 연일 여름철 최대 전력 수요 기록을 경신하면서 전력 예비율의 마지노선인 8%가 위협 받고 있다. 건물들의 냉방 전력 수요가 일시에 폭증한 탓이다.
탄소 배출과 폐기물 문제로 화력 및 원자력발전소를 추가적으로 건설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는 우리 현실에서 일시적으로라도 전기가 부족해지는 상황은 결코 작은 문제가 아니다. 전기는 바로 현대 문명의 생명줄이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전력 부족은 물 부족 문제만큼이나 중시해야 할 과제다.
발전소 건설을 통한 전력 공급 확대가 어렵다면 이제 수요 관리 문제를 짚어봐야 한다. 특히 에너지를 잡아먹는 하마로 통하는 건물의 에너지 절감 방안을 서둘러야 한다. 최근 조명을 발광다이오드(LED)로 바꾸는 등 건물 에너지 다이어트 노력이 이뤄지고 있지만 효과는 미미하다. 해답은 있다. 건물의 냉난방 온도를 조금 더 자연 온도에 맞추는 것이다. 사무실 온도를 내리고자 대기 중으로 엄청난 온실가스를 내보내 지구를 달구는 아이러니를 이제는 고쳐나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