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깊어지는 개인 투자자들의 고민

"오늘도 또 올랐다며? 내 주식만 왜 이러는 거야?" 며칠 전 한 후배가 푸념 섞인 목소리로 전화를 했다. 국내 증시가 사상 최고치 기록을 연일 갈아치우고 있다는 데 자기 계좌의 재정 상태는 영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게 푸념의 요지였다. 그 역시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 법한 우량주에 투자했다. 유일한 패착은 요새 잘 나가는 화학ㆍ자동차주에 관심을 두지 않은 것뿐이었다. 주식 시장이 연일 '사상 최고' 행진을 이어가고 있지만 이상하게도 돈을 벌었다는 이들은 주변에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요새 장이 잘 나가는 소수 종목만 오르고 나머지는 오히려 뒷걸음만 치는 '부익부 빈익빈' 장세의 전형이기 때문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실제 올해 이후 코스피지수(6.21%ㆍ21일 기준)보다 더 오른 업종은 에너지화학(이하 KRX업종 지수 구분 기준ㆍ42.49%)과 자동차(34.01%), 철강(27.98%), 조선(9.01%), 반도체(6.83%) 등 국내 대표 우량주가 몰려 있는 4개 업종에 불과하다. 반면 운송(-12.19%) 등 대부분의 업종은 오히려 주가가 뒷걸음 치고 있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1970년대 초반 소수의 대형 우량주가 미국 증시를 강하게 이끌었던 당시의 '니프티 피프티(nifty fifty)' 장세에 비유하기도 한다. 최근 우리나라 증시도 대형주들이 상승세를 이끌어간다는 점에서 한국판 니프티 피프티라고 부르는 것이 어색하지 않다. 이 같은 종목 편중화 현상은 개인 투자자들의 고민을 더욱 깊게 하고 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결국 이들이 국내 경제를 이끌고 있는 대표 기업들이라는 점에서 향후에도 증시를 주도할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반면 일부에서는 이들 종목이 대부분 지난해부터 각광 받고 있는 랩어카운트 상품이나 외국인들의 선호 종목들이었다는 점에서 랩ㆍ외국인의 포지션 전환 후를 대비해야 한다는 우려도 나온다. 결국 이들 우량주에 대한 관심을 유지하는 한편 향후에도 모멘텀을 유지할 수 있을 만한 종목으로의 '옥석 가리기'가 필요해 보인다. 코스피지수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증시 투자를 더욱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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