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위기의 한우 산업 대안은] "소 한마리 키우면 50만원 이상 손해"

<상> 쓰러져가는 한우 농가<br>사료값 50%나 치솟는데 한우값은 자고나면 떨어져<br>신불자 위기 처한 농가도

울산 울주군 언양읍에서 한우를 키우고 있는 천종태씨가 12일 자신의 축사에서 사료를 주고 있다. 천씨는"한우 값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데 반해 사료 값이 상승하면서 부채가 늘고 있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한우산업이 벼랑 끝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지난해 사상최악의 구제역 파동으로 소 값이 대폭락하고 사료비마저 크게 올라 심각한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는 한우 농가들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이라는 거센 파고를 맞이해야 하는 운명에 처했다. 한우 산업이 위기를 극복하고 재도약할 수 있을지 여부는 한미 FTA에 어떻게 슬기롭게 대처하느냐에 달려 있다. 서울경제신문은 위기에 빠진 한우산업의 실태를 파악하고 해법을 찾는 시리즈를 마련했다. 한우 농가들이 모여 있는 울산 울주군 언양읍 반천리의 한 축사. 100여 마리의 한우를 사육하고 있는 천종태(61)씨가 한우들에게 사료를 주느라 축사를 분주하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다소 쌀쌀한 날씨에도 땀을 흘리며 바쁘게 일하고 있지만 그는 즐거워 보이지 않았다. 지난해 추석 이후로 한우 값이 계속 하락하고 있어 수지가 맞지 않기 때문이다. 3년생 한우 한 마리의 원가는 대략 600만원 정도다. 그러나 시장에서의 거래가는 550만원 수준. 천씨는 "현재 시장 상황상 한우 한 마리당 50만원 이상의 손해를 보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들 농가에는 사료 값도 문제다. 특히 올 가을에 비가 자주 내려서 볏짚 등 조사료(청보리ㆍ볏짚 등 섬유질로 에너지함량이 적은 사료)가 수확되지 않고 방치돼 썩는 바람에 값이 많이 올랐다. 여기에 배합사료의 경우에도 25㎏ 한 포대 값이 지난해 7,000원에서 올해 1만1,000원으로 올라 축산 농가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그나마 천씨는 조사료를 자체 수급하기 때문에 다른 축산 농가보다 조사료 값 부담이 덜하다고 한다. 그는 "이웃 축산 농가들은 조사료와 배합사료 등 사료 값이 많이 오르는 바람에 축산업을 접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우 값을 제대로 받지 못하면서 한때 천씨는 신용불량자에 놓일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뼈빠지게 일하고 있지만 소 값의 지속적인 하락으로 하루하루 적자가 누적돼 부채는 지난해 2억원가량에서 올해 2억7,000만원으로 1년 만에 7,000만원이나 늘어났다. 현재 그는 정부가 축산농가에 지원하는 3%대 금리의 정책 자금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마저도 1%대로 낮춰줬으면 좋겠다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천씨는 "나이도 있고 축산업에만 평생 매달렸기 때문에 다른 업종은 알지도 못한다"며 "열심히 사육하면 할수록 그만큼 빚이 더 늘어나는 상황이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난감하다"고 털어놓았다. 김두원(58ㆍ울산 울주군 언양읍 서부리 일원)씨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한때 300여 마리의 한우를 키웠던 그의 축사에는 현재 180여 마리만 남아 있다. 김씨는 "지난해 암송아지 가격이 250만원선에서 거래가 됐으나 올해에는 100만원도 안 된다"며 "암송아지 한 마리에 들어가는 130만원 정도의 부대비용(사료 값, 약품 값 등)을 제하고 나면 송아지 한 마리당 30만원가량의 손해를 보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인건비를 더하면 손해액은 더 커진다. 그는 "최근에는 손해액을 견디지 못한 축산 농가들이 '떨이'로 소를 처분하거나 부채를 감당하지 못해 농장이 경매처분으로 넘어가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고 불안해 했다. 농가들은 "소 값 하락은 소비 위축에 따른 것"이라며 "개개의 한우농가의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으므로 한우 판로대책과 소비촉진책 등 정부 차원에서 대책을 세워달라"고 촉구했다. 특히 한미 FTA의 최대 피해 분야인 한우산업에 대한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대책이 전무한 실정이라고 비판했다. 전국한우협회 울산시지회의 한 관계자는 "지금도 빈사 상태인 한우 농가들이 대책 없이 한미 FTA를 맞는다면 국내 한우 축산사업은 무너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어차피 해야 하는 한미 FTA라면 축산발전기금이 각 축산농가에 현실적으로 직접 혜택이 올 수 있게끔 운영하는 등 구체적이고 종합적인 대책을 세워달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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