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韓·中·日 바둑 영웅전] 지금은 싸워야 할 때

제3보(23~38)



백24로 젖혀서 싸운 것은 한상훈이 우하귀를 걸쳐갈 때부터의 예정이었다. 백24로 참고도1의 백1에 받고 3으로 잇는 것은 책략 부족이다. 흑4가 놓이고 보면 도처에 생긴 흑의 확정지가 너무도 커서 백의 실패가 역력하다. "여기서는 백이 강하게 싸우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우변에 만든 세력을 이용할 궁리를 해야 하거든요."(김주호) 싸움의 기초가 이것이다. 응원군이 있을 때는 도발하라는 것. 응원군이 없을 때는 싸우지 말고 평화를 표방하라는 것. 위기십결에 나와 있는 세고취화(勢孤取和)가 바로 그것이다. 세력이 고립무원 할 때는 싸우지 말고 평화를 표방하라는 것이다. 그 반대의 경우에는 싸우라는 것이고…. 백38까지의 진행은 필연이다. 김주호7단은 계속해서 참고도2의 흑1 이하 11까지를 예측했다. 그 다음에 백이 12로 갈라치면 백이 나쁘지 않은 바둑이라는 설명이었다. "백이 좋아지는 가상도는 안 나오는 거야?" 필자가 묻자 옆에 있던 서봉수9단이 핀잔을 주었다. "백이 나쁘지 않으면 다행인 거야. 바둑이라는 게 흑이 먼저 두는 게임인데 백이 좋아진다는 건 여간해선 힘들어." 남편 장주주9단과 함께 루이9단이 검토실에 들어왔다. "한상훈이 백이네."(루이) 한상훈이 유리할 것 같다는 뜻이 담긴 한마디였다. 하기야 지금까지는 백번필승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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